9월 한달 동안 기관투자자들은 삼성전자(005930)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기관이 삼성전자를 1조3499억원 순매도하는 사이, 외국인과 개인은 삼성전자를 각각 1조176억원, 3247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9월 초보다 3.52%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예측에도 기관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일반 주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PC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4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잘 나오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3개월 간 삼성전자 주가 흐름. /자료=한국거래소

기관이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판 주식은 카카오뱅크(323410)였다. 카카오뱅크의 9월 기관 순매도는 7436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정부 규제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도 각각 4931억원, 469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논의는 물론 10월 국정감사까지 겹쳐 있어서 빅테크 이슈는 단기간에 끝날 논란은 아닐 것”이라며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에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기관은 크래프톤(259960)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9월 한달 동안 기관은 크래프톤 57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7일 신규 상장한 현대중공업(2377억원)은 기관이 지난달 두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으로 꼽혔다. 이밖에 대한항공(003490)(1775억원)과 SK이노베이션(096770)(1362억원), 에쓰오일(1315억원)이 기관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부터 ‘위드 코로나’ 형태로 방역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술 성장주를 내다팔고 조선·항공·정유 같은 경기 민감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 방역정책 시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경우 그동안 ‘거리두기’로 피해가 컸던 업종인 면세점(호텔·레저), 카지노(호텔·레저), 항공(운송), 엔터(미디어·교육) 등이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라며 “화장품·의류, 호텔·레저, 필수 소비재(외식업) 등도 거리두기 완화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제 전환 기대감과 연말 소비시즌이 맞물릴 경우 코로나19 피해주, 내수·소비주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