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주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남자 아이돌 활동을 규제한 지 얼마 안 돼 국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시사하자 이중으로 타격 입은 엔터주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9일까지 최근 2주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4대 기획사는 대부분 큰 10% 내외 조정을 받았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은 13.39%,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는 9.50%, JYP Ent.(035900)는 10.59%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있는 하이브(352820)(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같은 기간 3.13% 떨어졌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7월 1일 유튜브로 중계한 2021 세계문화산업포럼(WCIF)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의 엔터주 흔들기는 지난달 말부터 나온 중국 당국의 아이돌 규제 소식이 포문을 열었다. 지난 8월 27일 중국 공산당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연예인 인기 차트 발표 금지, 연예인 모금에 나서는 팬클럽 해산 등의 내용을 담은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10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달 2일에는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이 ‘문예프로그램·관계자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를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방송 출연 원천 봉쇄, 고액 출연료 금지, 여성적인 외모를 가진 남자 아이돌의 활동 금지 등의 내용을 규정했다.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는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며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의 중국 팬클럽 계정 등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1개를 30일 정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엔터 4사 매출액에서 중국 음반 매출액이 차지한 비중은 평균 2%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지만, 관련주들은 주가를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엔터주는 또 한 번 타격을 받았다.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국내 인터넷 플랫폼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인 지난 7일 핀테크 업체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행위의 대부분을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금소법 계도 기간이 오는 24일로 종료되기 때문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서비스를 대폭 수정하거나 일시 중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직접적으로 카카오의 시장 독점 행위를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입법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매각전(戰)에 CJE&M과 함께 카카오와 네이버가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이 흘러나오자마자 두 인터넷 플랫폼 업체는 케이팝(K-POP) 선봉장인 에스엠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해 지분인수 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에스엠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고, 네이버도 지난달 에스엠 콘텐츠를 독점하기 위해 1000억 원을 투자하며 유력한 후보로 다시 떠올랐다.

하이브 음악 뮤지엄 gif

에스엠은 이와 관련 한차례 “사업제휴 및 지분 투자 관련 다각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어떤 내용도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커지는 케이팝 시장과 팬덤 플랫폼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를 원하는 만큼 에스엠이 두 회사 중 한 곳에 인수될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이런 기대감 덕에 에스엠은 지난 5월부터 주가가 치솟았다. 2만~3만원대를 횡보하던 에스엠 주가는 지난 7월부터 6만원대로 올라섰다.

하이브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3자 간 지분 교환을 통해 업무 협력을 강화하며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하이브는 올해 들어 지분 교환을 통해 네이버를 하이브의 온라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의 운영회사인 비앤엑스의 2대 주주로 영입했다. 네이버는 비앤엑스 지분 49%(4110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네이버는 케이팝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합쳐 글로벌 1위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네이버는 또 위버스와 함께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음반 유통 자회사인 YG PLUS에 700억원을 투자했다.

박정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이브 주가가 하락한 건 네이버와의 협업으로 높아진 성장 기대감이 둔화했기 때문”이라며 “규제 문제로 네이버의 사업 확장 속도가 느려지게 되면 하이브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터넷 플랫폼 규제 영향이 플랫폼 기업으로의 사업 확장을 표방하는 하이브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박 연구원은 “하이브가 추구하는 플랫폼은 대부분이 외국인 팬 기반”이라며 “국내 골목 시장 진출 등으로 시장 독점 행위 우려를 낳은 네이버·카카오와는 사업 형태가 다르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