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23일~27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43.69포인트(1.41%) 오른 3133.90으로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세에 306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지난주 중 4거래일 오르며 313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은 지난주에도 447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1조836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수가 소폭 올랐지만,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8월 미국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관망 심리가 크게 작용하며 뚜렷한 방향성이 없던 한 주였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도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이번 주(30일~9월 3일) 코스피지수도 지난주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적 박스피(코스피+박스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7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일단 시장 우려는 줄어들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증가 등 여러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파월 의장의 말이 시장에 의미 있는 호재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월초를 맞아 중국 8월 PMI 제조업지수, 미국 고용, 한국 8월 수출입과 PMI 제조업지수 등이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이 예정돼 있어 투자자는 경제 지표를 살핀 후 시장 흐름을 가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는 동안 TV 스크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연설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 파월 “금리 인상 신중” 발언에 일단 우려 덜어

지난 27일 파월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작을 시사하면서도 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다. 시장은 금리 인상까지 갈 길이 멀다는 파월 의장 발언에 한숨을 돌렸다. 이날 미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 연설 직후 상승 폭을 키웠다. 금리 인상 불씨가 커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월 의장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온라인으로 주최한 잭슨홀 연례 심포지엄에서 “나도 대부분 참석자처럼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견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추이와 고용 회복세 지속 여부 등을 면밀히 살핀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향후 자산매입 축소 시기와 속도가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직접적인 신호를 전달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테이퍼링은 금리 인상과 별개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라면서 “파월 의장의 이번 연설은 기존 입장을 또 말한 것이라 시장에 충격을 주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게다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당장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서 시장의 걱정을 덜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이끌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도 테이퍼링 속도에 관한 논란과 금리 인상 문제가 잔존하고 있다”며 “당장 금리 인상 우려는 줄었지만, 반도체 업황 불안감과 환율 문제, 중국 규제 부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어 당분간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스피는 200일선 지지에 성공했지만 시원하지 못한 반등 흐름”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의미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유입이 없었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은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일러스트=정다운

◇ 9월 초 몰려 있는 경제지표 확인해야

이번 주는 9월을 맞아 제조업지수, 미국 고용 등 국내외에서 주요 경제지표가 대거 발표된다. 오는 31일에는 중국 8월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미국 8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가 발표된다.

오는 9월 1일에는 한국 8월 수출입과 제조업 PMI, 중국 8월 차이신 PMI 제조업지수, 미국 8월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지수가 나온다. 이어 2일에는 한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그 다음 날인 3일은 미국 8월 비농업부문고용지수와 실업률, 8월 ISM 서비스업지수가 발표된다. 모두 시장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지표가 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지표의 전월대비 둔화 폭이 크지 않고 수출 개선세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은 70만명대를 유지하고 실업률은 5.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94만3000명, 실업률은 5.4%였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59포인트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월은 59.5포인트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래는 9월초 연방정부 특별 실업수당 지급 종료로 인한 구직활동 증가가 고용지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어 예상외 결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 연준의 고용지표에 대한 확신은 실업률이 5% 미만으로 감소하는 구간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고용데이터가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미 ISM 제조업지수는 매크로 모멘텀(상승 동력) 피크아웃(peak out·정점 도달) 우려를 계속 자극할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KTB투자증권은 8월 한국 수출은 지난해 8월보다 35% 내외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단가 상승이 수출 개설이 이끌고 있지만 물량 회복이 더딘 품목은 연말로 갈수록 수출 증가세 둔화 폭이 커질 수 있어 이번에 품목별 단가와 물량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박스권 장세 이어져… 개별 종목 대응 필요”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주는 업종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원은 “당분간 펼쳐질 박스권 장세에서 지수보다 테마와 업종별 순환매에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친환경과 바이오 업종을 꼽았다. 신 연구원은 “국내외 친환경에 우호적인 정책과 이벤트가 계속된다”며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 수소 사업 발표와 탄소 중립 정책 모멘텀,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2단계 재정 정책 시행을 통한 친환경 인프라 관련 투자 모멘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SDI(006400), 기아(000270), LG전자(066570), 에코프로비엠(247540) 등을 좋게 봤다. 그는 “글로벌 백신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글로벌 백신위탁생산(CMO)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강세 흐름”이라며 “비싸지만 향후 성장판이 열려 있는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종 가운데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추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낙폭 과대주들의 단기 반등 이후에는 박스권 아래서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민감주(은행)과 국내 리오프닝 관련주(유통, 의류, 엔터)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연휴 이전까지는 금리 상승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경기민감주와 가치주 비중확대가 효과적인 투자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