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현대중공업이 48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공모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소송에서 패소할 수 있고, 현대중공업도 패소하면 어느 정도의 배상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현대중공업그룹은 과거에도 현대중공업이라는 종목명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었다. 하지만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은 인적 분할을 해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를 신설했고, 기존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 등을 계열 분리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추가로 신규 상장됐다.

이후 2019년 5월에는 다시 기존 현대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꾸며 조선 부문의 중간지주회사로 만들고 한국조선해양이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을 만드는 물적 분할을 했다. 기존에 상장돼 있던 현대중공업의 종목명은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됐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이 직접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독점) 우려가 있어 중간지주회사를 만든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신설된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중 신규 상장될 예정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현대중공업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중공업과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45건의 손해배상(국제중재 소송 포함) 피고인으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소송 가액은 한화 4105억3000만원과 미화 6400만달러(약 749억1200만원) 등 총 4854억4200만원가량이다.

가장 최근에 제기된 소송은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OC(Kuwait Oil Company)가 지난해 2월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에 제기한 국제중재(소송)다. 현대중공업은 2005년 KOC로부터 5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파이프라인 공사를 수주해 2010년 8월 인도했다.

그런데 KOC는 파이프라인의 일부가 하자가 있다며 중재 소송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국제중재를 위한 관련 문서 제출 절차를 시작했고 (KOC와) 화해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중재법원에 제소되면 보통 판결까지 2~4년이 걸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중재의 일정이 정해진 게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 조선DB

한국가스공사도 지난 2015년 10월 현대중공업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다른 18곳의 건설사는 한국가스공사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발주한 총 27건의 주배관 공사에서 사전 모의 후 담합해 입찰가격을 올렸다. 이 담합 때문에 가스공사가 손해를 봤다는 게 소송 제기의 이유다. 한국가스공사 손해액은 352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2015년 과징금 1746억12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0일 가스공사와 건설사들의 화해 권고 결정을 했다. 건설사들이 피해액에 대해 가스공사와 합의를 봐서 이 합의금을 공사에 지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화해 권고를 받아들일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증권신고서에서 현대중공업은 이 소송에 대해 “패소하는 경우 패소금액 중 부담 부분에 대해 추가 손실이 예상되며 현재로서는 그 금액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임금 청구와 관련된 피고용인 9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소송액 6억3000만원)에 대해 대법원이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42건의 소송이 계류 중이며, 42건의 소송에 대한 소송액은 2439억원이다. 피소, 국제중재 등으로 소송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공동 피소된 주배관공사 담합 소송을 제외하고도 3188억원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들이라 패소할 경우 어느 정도의 금액을 부담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1~6월) 3942억9638만4000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번 기업공개로 모으려는 공모금은 1조8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