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대어'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오는 22일 최종 결정된다. 카카오뱅크는 20~21일 이틀 동안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하는데, 이 수요예측에 얼마나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공모가가 정해질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18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20일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KB증권을 통해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참여 신청을 받는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은 지난 9일부터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진행 중이며, 21일에 마감된다.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3만3000~3만9000원이다. 비교 기업 4개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 7.3배를 1분기 말 자본총계 2조8495억원과 곱하고 나서, 여기에 공모 자금 유입액 2조1599억원을 더해 기업가치를 22조961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KB금융(105560)의 시가총액인 21조8299억원과 신한지주(055550)의 시가총액 20조182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산정한 기업가치에 할인율 18.8~31.3%를 적용해 밴드를 계산했다. 만약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3만9000원으로 결정된다면, 회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18조5000억원이 된다.

공모가 확정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같은 카카오(035720) 계열사 카카오페이는 기관 수요예측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1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29~30일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8월 2일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지난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두고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또는 그 증권신고서 중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와 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정정을 요청했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증권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카카오페이의 밴드가 지나치게 높아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달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에도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청했는데, 이후 두 회사 모두 밴드를 대폭 내렸기 때문이다. SD바이오센서의 밴드는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으로 30~40% 가량 하향 조정됐으며, 크래프톤의 밴드는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10% 가량 낮아졌다.

밴드를 낮추기 위해 SD바이오센서는 비교 기업을 변경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14.45배에서 10.68배로 하향 조정했다. 크래프톤은 계산식에 들어간 지배주주 순이익을 줄여 밴드를 낮췄다. 크래프톤의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은 기존 증권신고서에서 7760억원이었으나, 새 신고서에서는 6661억7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가 밴드를 조정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페이팔·스퀘어·패그세구로 등 해외 핀테크 기업 3개사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기업 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 평균치 44.7배를 구해 자사에 적용했다. EV/SALES를 통한 시가총액 산정은 주로 적자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매출액 성장률을 토대로 계산한다. 적자 기업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음수이기 때문에 PER 대신 기업 가치 대비 매출액을 구하는 편이 유리하다.

카카오페이는 EV/SALES 계산식을 적용해 자사 기업가치를 16조6191억원으로 산정한 후, 여기에 할인율을 21.51~48.49%를 적용해 밴드를 6만3000~9만6000원으로 정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8조2131억∼12조5512억원이다.

카카오페이 광고 영상. /카카오페이

증권 업계에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의 비교 기업 선정을 놓고 적정성에 관한 논란이 나왔다. 페이팔의 경우 분기 매출액이 60억달러(6조8000억원)에 달하고 전 세계 25개 통화권에서 1억개가 넘는 계정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인 만큼, 카카오페이의 비교 기업이 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액 중 결제 서비스 매출 비중이 30%를 넘고 B2C 금융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페이팔을 골랐는데, 그러한 이유로 단순 비교하기에 페이팔은 몸집과 시장 규모가 지나치게 큰 글로벌 기업”이라며 “또 페이팔은 기업 가치 대비 매출액 배수가 80배가 넘을 정도로 높은데, 이처럼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거나 너무 낮은 기업은 제외하고 평균치를 구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는 향후 금감원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후 기관 수요예측에 다시 도전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의 일정 연기로 인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양사의 공모 청약일은 간격이 더 벌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