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이후 한동안 연일 최고점을 경신했다. 상반기까지 지수는 무난하게 상승했지만, 이제 투자자들의 걱정은 언제 상승 추세가 꺾이느냐는 것이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통화 정책이다. 최근에는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 논의가 3분기에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테이퍼링 이후에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증시 상승을 견인한 막대한 유동성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6개 증권사로부터 하반기 미국 주식시장 전망을 물은 결과 S&P500지수가 최저 3900에서 최대 4700 사이를 오갈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상범위 하단은 3900~4100이었고, 예상범위 상단은 4350~4700이었다. 현재 지수 최고점은 4297.5(30일 종가 기준)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증권사가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대 10%까지 상승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전반적인 설문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이 참여했다. 이중 구체적인 지수 예상범위를 제시한 증권사는 6곳이다.

그래픽=송윤혜

전문가들이 미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기준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65.4%(18세 이상 성인 기준)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경제가 정상화되면 기업 실적이 회복되고, 이것이 주가 상승 동력이 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부양책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바이든 미 대통령의 부양책 집행에 따라 추가적인 경기 부양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종료에 따른 효과까지 감안하면 지수가 지금보다 소폭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코로나19 회복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콘택트(대면) 관련주가 꼽힌다. 전문가 9명 가운데 4명이 여행·항공·레저·유통처럼 대면 활동으로 사업하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매출이 늘어날 업종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추천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은 “(콘택트주의 경우) 국내 주식보다 미국 주식의 상승폭이 더 클 것”이라면서 “미국은 내수 소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관광객의 소비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수지가 적자인 한국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다만 콘택트주 가격 상승기가 하반기 내내 지속되진 않으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1~2개월째 관련주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으므로 4분기에 접어들어서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기 투자보단 적절한 시점에 매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논의를 공식화할 시점을 투자에 활용하라고도 조언했다. 이때 대형 기술주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대형 기술주를 저가에 매수하라는 것이다. 9명의 전문가 가운데 7명의 전문가가 대형 기술주가 조정(주가 하락)이 있겠지만, 다시 주가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만약 3분기에 테이퍼링이 이슈로 떠오르면, 이때 기술주 주가가 가장 부진한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도 “테이퍼링 논의 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더라도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에) 적응하면 기술주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에는 주가 회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상반기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기술주가 부진했다”면서 “앞으로 금리가 하향 안정되면 실적을 바탕으로 기술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주 중에서는 ‘구조적 성장주’를 선별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구조적 성장주는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나갈 기업을 의미한다. 이른바 FAAMG(Facebook, Apple, Amazon, Microsoft, Google) 같은 대형 기술주가 대표적이다. 기술주라고 모두 투자하기보다는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종목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로고.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다른 기술주는 부진할 수 있다”면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 기술 기업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주가에 변수가 될 수 있기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이 커 고평가된 성장주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 법인세 증세나 자본이득세 인상도 대형주엔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미국의 정치 현안 등 최근 떠오르는 이슈 중심의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전문가들은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논의(금융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그린 뉴딜 정책(친환경·소형원전주), 공공의료보험 확대 정책(의료기기주), 무역 정상화(산업재주) 등이 논의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