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구찌···. 이번 여름엔 고가의 명품을 사는 대신 명품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벌써 국내외에서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럭셔리(Luxury·사치품)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눈여겨보고 있다.

루이비통 매장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는 NH-Amundi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ETF가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ETF의 최근 3개월 상승률은 7.96%다. 최근 1개월 상승률만 6.72%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 ETF는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럭셔리 지수(Global Luxury Index)를 추종한다. 국내에 상장된 ETF 중 글로벌럭셔리지수를 따르는 것은 이 상품이 유일하다. 이 ETF에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명품 기업들이 대거 편입돼 있다.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편입 비중 8.92%)·테슬라(7.17%)·케링(6.9%)·리치몬드 그룹(6.83%)·다임러AG(6.53%)·에스티로더(5.21%)·에르메스(5.19%) 순으로 편입돼 있다.

특히 LVMH와 케링그룹은 명품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이자 LVMH에는 루이비통을 비롯해 크리스찬 디올·로에베·셀린느·펜디 등 유명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또 다른 명품 케링그룹에는 구찌·생로랑·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알렌산더 맥퀸 등이 소속돼 있다. 두 그룹 모두 프랑스 기업이다.

이밖에 버버리·몽클레르·프라다·크리스찬 디올 등 유수 명품 브랜드도 HANARO 글로벌럭셔리S&P ETF에 작은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 나이키와 ‘요가복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룰루레몬 등 인기 있는 스포츠 브랜드도 있다. BMW·페라리·포르셰 등 고가의 자동차 업체들도 빼놓지 않았다. 유럽과 미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명품 기업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제품군도 시계·가방·구두·화장품·슈퍼카·고급 운동복 등으로 다양하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럭셔리 ETF도 있다. 엠레스 럭셔리 굿즈 ETF(LUXE)는 지금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ETF로, 지난해 11월에 출시돼 시장에 나온 지 1년도 안 된 상품이다. 최근 3개월 상승률은 11.27%, 1개월 상승률은 4.48%를 기록했다. 미 ETF닷컴은 “규모가 작고 자산도 약 400만달러(약 44억6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운용보수가 0.60%로 저렴한 편이라서 명품주가 반등할 때 최적의 ETF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LUXE ETF도 HANARO 글로벌럭셔리S&P ETF와 마찬가지로 폴크스바겐(3.83%)·디아지오 ADR(3.38%)·리닝컴퍼니(3.18%)·리치몬드(3.14%)·다임러AG(3.08%)·에스티로더(3.02%)·애플(2.95%)·케링(2.88%)·나이키(2.82%)·LVMH(2.77%) 등을 편입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글로벌 명품 업체에 투자하는 간편한 방법으로 ETF 투자를 꼽는다. 주요 명품 기업들이 대부분 유럽 시장에 상장해 있는 탓에 개인 투자자들이 명품 제조 업체의 주식을 직접 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유럽 시장에 투자하는 개미들은 적다. LVMH, 케링 등은 프랑스 파리 거래소에, 프라다 등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명품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샤넬은 비상장기업이다.

명품 시장은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억제된 소비자 수요, 증가하는 소비 심리 등이 맞아떨어지면서 보복 소비 최전선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들은 앞으로 글로벌 명품 업체들의 상승세가 가파를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인앤컴퍼니는 글로벌 명품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1조유로에서 내년에는 1조3000억유로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맥킨지도 미국 소비자 중 50% 이상이 의류·미용·전자제품 등에 돈을 쓰겠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