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첫날 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간다더니 따하(시초가보다 가격이 내려 하한가가 된 것) 됐네!” 투자자들 사이에선 11일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이하 SKIET)의 주가가 시초가 밑으로 떨어지자 탄식이 흘러나왔다.

상장 첫날 SKIET가 기대와 달리 시초가보다 하락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와 함께 2차전지 업종의 약세 등이 전반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 한국거래소

이날 오전 11시 35분 기준 SKIET는 1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초가는 공모가였던 10만5000원보다 2배 오른 21만원에서 형성됐지만,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직 매도주체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공모주를 받은 미래에셋증권에서 219만주 넘게 매도했다.

김재범 토러스자산운용 부사장은 “원래 10조~11조원 정도 가치의 기업가치(시가총액)을 기대했던 기업인만큼 현재 주가가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공모주를 받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익 실현의 욕구가 강해 매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SKIET의 주가 하락은 미국 나스닥 시장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주의 약세가 반영됐고 특히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미국이 완연한 경기회복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나스닥 등 기술주 중심의 시장보다는 경기 회복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존 대형주 중심의 시장이 펼쳐진 게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10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350.38포인트(2.55%) 떨어진 1만3401.86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0.1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1.04%) 등 다른 지수도 하락했지만 나스닥의 하락폭이 더 컸다.

은성민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회복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긴축으로 돌아설 우려가 나오면서 기술주, 성장주로 분류되는 나스닥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특히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힘을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영향을 SKIET가 받은 것 같다”며 “상장일의 타이밍(시기)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밤 미국 시장이 안 좋았고 기술주(성장주)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SKIET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도 “간밤의 미국 증시의 하락으로 성장주의 향후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진 상황이라 SKIET의 주가도 큰 영향을 받았다”며 “하루만 먼저 상장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주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나스닥 시장이 크게 하락한 바로 다음날 SKIET가 상장의 닻을 올린 게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가 SKIET의 기업가치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현재 시가총액은 11조3700억원 안팎인데, 이런 기업가치는 이미 예견됐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SKIET의 순이익이 올해 1534억원에서 오는 2023년에는 270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이익추정치를 토대로 목표주가는 14만8000원, 목표 시총은 10조6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유안타증권은 SKIET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25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921억원으로 2000억원에 가까워지고 2025년에는 4849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회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SKIET의 시총이 10~11조원 범위 내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는 곳이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0~11조원이 시장에서 예상한 기업가치이기 때문에 주가는 장기적으로 이 정도 수준에서 움직일 것”고 예상했다.

SKIET의 영업이익 전망치. / 유안타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