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돈나무 언니’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위신이 흔들리고 있다. 단기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로 막대한 수익률을 거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실패 사례’가 잇따르면서, 그의 회사와 투자 전략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우드의 주력 상품이자 기술주에 투자하는 아크(ARKK)는 지난 5년간 177%의 상승률을 보이며 S&P500의 수익률(106%)을 여전히 웃돌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이 격차는 크게 줄고 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

이달 초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110억달러(약 13조5200억원)에 육박하는 아크의 대표 ETF(ARK Innovation ETF, ARKK)는 올 들어 36%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정점 이후 무려 60%가 떨어졌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24억달러(약 2조9400억원)가 유출됐다.

아크 이노베이션 펀드는 1분기 29.9% 하락하며 미국 주식 관련 ETF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아크가 보유한 기술주 중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로쿠, 화상회의 플랫폼업체 줌비디오,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 등의 주가가 올 1분기에 40~50% 급락한 탓이다. 미국 기술주 관련 펀드들은 올 1분기에 13.7% 밀리며 지난 2018년 이후 ‘최악의 분기’를 보냈다.

우드의 시장 전망도 연이어 빗나가고 있다. 이달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의 지분을 대규모(약 9.2%)로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트위터의 주가가 폭등한 가운데, 우드는 이에 앞서 보유 중이던 트위터의 지분을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지난해 비트코인이 5년 안에 “50만달러(약 6억14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우드는 1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에서 열린 익스체인지 컨퍼런스에서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투자 실패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특히 강연 내내 우드는 1년 동안 지속된 ETF의 가격 하락에도 자신들의 투자 전략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우드는 “우리 주식이 하락했다고, (기업의) 펀더멘털이 악화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우리의 확신은 더 강해졌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의 근본적인 가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로 민간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 평가가 더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예로 암호화폐 플랫폼 블록체인 닷컴의 평가액이 지난 1년 동안 52억달러(약 6조3900억원)에서 140억달러(약 17조2100억원)로 3배 가까이 올랐지만, 같은 기간 아크가 보유한 주식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의 시장 가치는 40% 하락했다고 언급했다.

우드는 “나의 펀드 실적을 S&P500 지수 등과 직접 비교하지는 않는다”면서 “내가 투자한 기업들의 단기적인 수익성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나의 포트폴리오가 옳은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드의 해명에도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최근 아크의 성과가 부진해지자 지난주 모닝스타는 아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모닝스타는 “우드가 혁신 기술 베팅의 장기적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 66세인 우드를 대체해 아크 펀드를 이끌어 갈 인물이 부재하다는 점도 펀드의 장기 전망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955년생으로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우드는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서학 개미’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인물이다. 이름이 돈을 의미하는 ‘캐시(cash)’와 발음이 비슷해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캐피탈그룹의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얼라이언스번스틴(AB)에서 최고투자책임자 등으로 12년 동안 몸담은 우드는 2014년 아크인베스트를 만든 뒤 ‘파괴적 혁신’ 전략으로 미래 성장 기업을 발굴해나갔다.

2018년 2월에는 CNBC 방송에 출연해 당시 300달러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테슬라의 주가가 “5년 안에 4000달러(5대 1 액면분할 전)를 넘어설 것”이라고 장담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