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해 4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가운데, 10일(현지시각)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미 동부 시간 오전 9시 50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1.83포인트(0.28%) 내린 3만5666.23을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2.79포인트(0.53%) 떨어진 4554.94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24.15포인트(0.87%) 내린 1만4364.01을 기록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제공

이날 발표된 CPI가 40년 만의 최고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금리 인상 우려가 커져 증시 하락을 견인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오르면서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 폭을 보였다. 전월(7.0%)보다도 상승폭이 커졌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3%)를 상회했다. 자동차와 에너지, 식료품 등 분야를 걸쳐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올랐다.

물가상승세가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상당한 수준의 금리인상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연내 5회 이상의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한 번에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도한 금리인상은 경제성장과 고용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까지 관련 경제 지표를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것이 연준의 입장이지만, 2월에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경우 고강도 통화긴축을 지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채금리 상승도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CPI가 발표된 이후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6bp가량 올라 2%까지 올랐다. 이는 2019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10bp가량 뛴 1.45%까지 올랐다. 이는 연준의 긴축 속도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반영했다.

유럽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독일 DAX지수는 0.03% 올랐고, 영국 FTSE100지수는 0.23% 상승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지수는 0.31% 하락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모두 상승했다.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25% 오른 배럴당 90.77달러를,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 대비 0.96% 상승한 배럴당 92.38달러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