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사장 체제를 출범한 NH투자증권이 ‘신시장’ 개척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올해 새 먹거리로 점찍은 시장은 바로 상장주식 공개매수 주선이다. 과거에 상장사 공개매수는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였지만, 예전보다 더 비상장사를 선호하는 사모펀드(PEF) 업계 분위기나 경영권 분쟁 등의 영향으로 공개매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포트폴리오로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을 찾아다니며 잔여 주식의 공개매수를 제안 혹은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개매수 수수료는 많으면 수십억원으로, 부채자본시장(DCM) 회사채 주관 수수료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물론 증권사의 최종 목적은 수수료가 아니다. 공개매수를 주선한 뒤 M&A 주관이나 인수금융까지 확장해 나가기 위해 고객사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NH투자증권 제공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포트폴리오로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는 PE들을 한 자리에 모아 공개매수 딜 관련 세미나를 진행했다. 일부 PE는 먼저 찾아와 공개매수를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의 공격적인 영업 활동은 벌써 결실을 맺어나가고 있다.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락앤락 주식 공개매수를 주선했다. 현재 어피니티는 1166억원을 이미 공개매수 자금으로 농협은행 계좌에 예치해 둔 상태다. 락앤락에 투자한 펀드의 잔여 드라이파우더(아직 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가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고려하면 공개매수 자금을 미리 예치하는 건 부담 없는 일이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이 락앤락 공개매수를 통해 가져갈 수수료는 16억5000만원이다. 실무는 인더스트리본부와 투자금융부가 함께 맡는다. 회사 관계자는 “공개매수의 수량과 난이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수수료를 산정한 것으로 안다”며 “성공 여부에 관계 없이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고, 성공보수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시장을 자사가 개척했다고 믿는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시작이었다. 작년 3월 UCK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주선해 수수료 13억원을 벌었다. 한앤컴퍼니의 공개매수도 NH투자증권이 주선했다. 작년 6월 루트로닉, 올해 2월 쌍용씨앤이 공개매수를 차례로 성공시켰는데 그중 루트로닉의 수수료는 33억원에 달했다.

다만 NH투자증권도 공개매수 딜이라고 해서 전부 다 주선하는 건 아니다. 작년 말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공개매수는 성사 가능성이 낮을 걸로 보고 일찌감치 발을 빼 한국투자증권이 대신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에스엠 공개매수 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 주선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만이 아니다. 윤병운 신임 사장은 올해 초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매수 주선부터 M&A 자문 및 인수금융까지 통합 지원하는 패키지 딜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 잔여 주식 공개매수는 대부분 상장폐지를 통한 배당 확대, 더 나아가 기업가치 제고와 매각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윤 사장의 공개매수 주선 집중 전략은 이 같은 ‘패키지 딜’의 시작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PE가 보유한 상장사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JKL파트너스 등이 지분 77.04%를 보유한 롯데손해보험이 있고, MBK파트너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38.93%를 보유한 커넥트웨이브, 한앤컴퍼니가 지분 과반을 보유한 한온시스템, IMM PE의 에이블씨엔씨, 베인캐피탈의 클래시스 등이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상장사 주가를 흔들 수 있어 보안 유지가 생명인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시장인 만큼 미공개 정보와 관련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