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기업공개(IPO) 시장도 활황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278470)이 2조원 몸값으로 상장 성공한 뒤 선박 사후관리(AS) 전문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후 기업가치로 4조원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일진제강도 각각 4조원,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兆) 단위’ 대어들이 복귀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가 나아진 것이 체감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IPO는 2021년 한해에만 14개 기업(일반기업 상장, 이전상장 제외)이 상장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침체를 겪어 왔다. 2022년 4건, 지난해 5건으로 위축됐다. 올해 실적은 최근 2년보다는 대폭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일러스트 이은현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진제강은 오는 5월 중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코스피 상장 적격성 심사 등 심사 문턱을 넘는 대로 금융위원회로 증권신고서를 제출, 연내 상장을 목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진제강은 일진그룹의 특수강관 전문 제조 계열사로, 지난해 7월 삼성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시점을 조율해 왔다.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869억원, 영업이익 547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후 몸값은 최소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오는 5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 상장예비심사 청구 계획을 정했다. 작년 2월 한국거래소 심사를 통과하고도 상장 철회를 택한 지 약 1년 3개월 만으로, 주관사단도 새로 정했다. 연내 상장이 목표다. 약 4조원 몸값이 거론된다.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가 계속되면서 기업가치가 조 단위인 IPO 예정 기업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는 평가다.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 1호였던 에이피알이 좋은 성적을 거둔 영향이 크다. 에이피알은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27% 오른 데 그쳤지만, 수요예측 인기로 공모가를 25%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회사나 주관사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성적이다.

최근 코스닥시장 상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도 코스피를 노리는 IPO 예정 기업들의 상장 추진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의 깐깐한 심사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의 상장 공백이 생기면서 수급 이점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4배로 오르는 ‘따따블’이 사라지면서 시장 침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곳은 없다”면서 “공모가가 모두 밴드 초과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호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상대적으로 덩치는 작지만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도 오는 5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올해 초 상장 추진 이야기가 한 차례 나올 때는 국내 증시에서 프랜차이즈 업종이 외면이 이어지고 있어 실제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회사 측과 주관사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올해 코스피 상장 기업이 작년 5곳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피알이 이미 코스피에 입성한 가운데 HD현대마린솔루션이 증권신고서를 제출,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여기에 3조원 몸값이 거론되는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 ‘파두 사태’ 영향으로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깐깐해지면서 코스닥시장 상장이 주춤한 모양새지만, 코스피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분주해졌다”면서 “올해 상장했거나 연내 상장 목표가 드러난 곳만 6곳”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분기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15곳(일반기업 상장, 이전상장 제외)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1곳, 코스닥시장 14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코스피 신규 상장사는 없었고 코스닥시장에서만 15곳 기업이 신규 상장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