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 전문 학습지 ‘윙크’를 운영하는 단비교육이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모회사 이투스교육과의 통매각 시도 무산 이후 2년여 만으로, 이투스교육의 최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모처럼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앵커PE는 이투스교육 최대주주이며, 이투스교육이 단비교육 최대주주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PE는 컬리, 프레시지 등 국내 성장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IPO 지연을 겪으며 회수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다만 단비교육의 공모 규모가 크지 않고, 자금이 이투스교육에 들어가는 구조인 탓에 회수 금액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 CI.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비교육은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를 마치는 대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절차를 밟아 내년 상반기 중 상장한다는 목표다. 상장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단비교육은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에듀(289010)에서 유·초중등 스마트러닝 서비스인 ‘아이스크림홈런’을 설계한 권영금 대표가 2016년 설립했다. 지면교재와 전용 스마트 패드를 병용해 아동의 학습을 유도하는 윙크가 핵심 서비스로, 현재 입시전문 교육 플랫폼 기업 이투스교육이 최대 주주다.

앵커PE는 2015년 이투스교육 소수 지분 투자로 시작해 현재는 지분 57.2% 쥔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앵커PE는 유‧초등교육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을 목표로 단비교육 지분을 꾸준히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연관 업종의 사업체를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사모펀드식 볼트온(Bolt-on) 전략의 일환이다.

시장에선 이번 단비교육 상장 추진이 앵커PE의 엑시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볼트온 전략을 고수한 앵커PE는 당초 IPO가 아닌 이투스교육 통매각을 추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도 선정하지 못하고 중단한 바 있다. 작년엔 단비교육만을 매각하는 안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앵커PE는 지난해 말 부랴부랴 단비교육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중순까지도 단비교육 매각을 추진했지만, 하반기 IPO로 급선회했다. 작년 3분기까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초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단비교육은 반기 실적으로 상장에 도전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앵커PE는 단비교육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한 채였지만, 이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이대로 매각을 계속 추진하다 상장 적기마저 놓치면 향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 있다는 부담까지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비교육 유·초등 전문 학습지 서비스 ‘윙크’. /단비교육 홈페이지

실제 앵커PE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컬리, 프레시지 등에 잇따라 투자했지만, 이들 기업이 IPO에 나서지 못하면서 투자금 회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컬리만 해도 6조원 몸값 상장을 예상하며 2500억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컬리의 시가총액은 7300억원대에 그친다.

단비교육은 유·초등 학습지 1위 업체로 꼽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학습 수요가 늘어난 2020년부터 매출이 급증, 지난해 1081억원 매출을 냈다. 다만 메가스터디교육이 ‘엘리하이 키즈’를 선보이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고, 올해 실적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단비교육의 기업가치를 2000억~25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단비교육 당기순이익에 255억원에 유아‧초등교육 사업을 영위하는 메가스터디교육(215200), 크레버스(096240), 정상제이엘에스(040420) 등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인 약 10배를 적용한 전망치로, 최대 2500억원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앵커PE가 이투스교육으로 보유 중인 단비교육 지분가치는 1.5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단비교육은 앞서 이투스교육과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193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71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당시 기업가치를 15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다만 단비교육 상장이 앵커PE의 투자금 회수로 곧장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인 구주매출과 신주모집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VC의 투자금 회수가 예정된 데다 상장 후 시가총액 규모의 20%로 공모 규모를 짠다고 가정할 때 최대 500억원 규모 자금 유입만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앵커PE가 단비교육 상장 후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짜고 배당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결손금을 보전하고 배당 가능 재원을 마련하는 식이다. 작년말 기준 단비교육의 주식발행초과금은 912억원으로, 전년대비 3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을 내세운 배당 재원 확대는 반발에 부딪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