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체 한미반도체(042700)와 의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루닛(328130) 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세계 1위 그래픽 처리장치(GPU) 생산 기업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발표한 이후 AI 관련주가 주목받은 것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042700)루닛(328130)의 지난 석달 주가 수익률은 각각 72.2%, 78.8%에 달했다. 지난 6개월 간 주가 상승률도 각각 110%, 173%에 이른다.

이들 두 종목은 엔비디아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오픈AI가 불러온 ‘생성형 AI’는 ‘제 2의 www’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 중 한미반도체와 루닛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닛 제품./루닛 제공

루닛은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AI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분기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루닛은 지난 26일, 주가가 8만4000원을 돌파하며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조원에 이른다. 지난 2019년 2억원 수준이던 루닛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13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 규모는 11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80%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루닛은 적자에 따른 실적 부담, 유통가능물량 우려 등으로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인 4만4000원보다 훨씬 낮은 3만원으로 결정되는 등 흥행에 참패했다. 이후 금리 인상, 투심 악화 등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주가는 1만89000원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올초 생성형 AI ‘챗GPT’가 급부상하면서 의료 AI 분야가 함께 주목 받았고, 루닛 주가도 반등했다.

증권가에서는 루닛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라 매출 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한다”면서도 “글로벌 의료 AI 시장의 성장성과 루닛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외형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AI는 헬스케어 부문에서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라면서 “루닛 등 국내 AI 의료 업체들은 글로벌 대형사들과의 협업 및 계약증가로 글로벌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는 AI 반도체 성장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AI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고 봤다. AI 서버는 메모리 용량이 기존보다 약 2배 이상 높아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설 장비 투자가 늘고 있다”며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칩을 붙여주는 TC본더 장비를 제조하고 있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고성능 AI에 필요한 GPU 및 AI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관련 산업 성장에 따라 헬스케어와 반도체 부문도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일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1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72억달러)를 훨씬 웃돈 수치다. 엔비디아의 시장 가치도 1조달러(1330조원)에 육박했다. 25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4.37% 급등한 379.80달러(50만5134원)에 거래를 마쳤다.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급등에 따라 국내 관련주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AI 수혜주로 꼽히며 올들어 주가가 2배 가까이 뛰었는데,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외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의료 AI 우등 기업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