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 참 바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본인 사무실보다 외부 강연과 포럼 자리에서 그를 찾는 게 더 빠를지 모르겠다.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꾸려가고,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를 진단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것도 모자라, 짬을 내 책도 쓰고 본인 유튜브 경제 강의까지 한다. 그래도 그를 못찾겠다면 뉴스를 보라. 이틀이 멀다하고 뉴스 한켠에 전해지는 그의 ‘한마디’에 혹시 누군가는 혼란스러운 투자 시장을 읽는 방법을 깨우쳤을지 누가 알랴.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시작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지금은 부동산 스타트업 ‘리치고’를 운영하는 프롭테크 회사 데이터노우즈의 ‘프리즘투자자문’을 이끌고 있는 홍춘욱 대표. 입 안 가득 고구마를 삼키 듯 답답하고 우울한 한국과 글로벌 경제를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소 직설적일 때도 있지만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명쾌하게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홍 대표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그의 ‘입’이 궁금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한국과 글로벌 경제 흐름을 살피며 투자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전태훤 선임기자

-투자자들의 한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우리 경제는 어디에 와 있나요?

“2022년 2분기 경제 지표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 성장했다고 하지만, 올해 하반기나 내년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수출 탄력이 줄어든 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또 금리인상으로 내수 경기도 침체되고 있어서,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영향 탓에 주식시장은 고점 대비 1000포인트에 이르는 하락세를 기록하는 약세장에 들어섰고, 부동산시장도 올해 2분기부터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죠. 채권시장은 정책금리 인상 속에 극히 부진한 모습이고,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 충격 속에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급등하는 이른바 ‘쿼드러플(quadruple) 악재’가 벌어지고 있어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죠.”

-언제쯤 좋아질까요? 떨어진 지금이 혹시 국내 투자의 적기가 아닐까요?

“가장 먼저 회복이 나타날 곳은 채권시장이 될거라 기대해 봅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불황을 이미 겪고 있거나 혹은 불황 전야의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인상은 2022년 안에 마무리되고 2023년 상반기에는 동결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는 있어요. 물론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높기 때문에 당장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힘들 거라 판단되지만, 정책금리 인상이 중단되는 시기를 전후로 채권금리부터 하락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시장금리 급등세가 진정되고 하락세로 돌아설 때쯤이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상황이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달러 강세에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2023년 상반기를 지날 쯤이면 외환시장도 안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진정되고 환율도 안정되면 주식시장엔 호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겠죠. 다만 기업실적이 2023년 상반기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걸림돌이긴 해요. 금리와 외환시장의 안정만으로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지는 확신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환율 상승의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수출주에 선별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 투자 시장 가운데 부동산시장은 회복이 가장 느릴 것으로 봅니다. 금리와 소득, 주택공급 등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 중에서 주택 공급만 긍정적이지, 다른 쪽에선 부정적인 요인들이 대부분이라 그렇습니다.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금리상승 영향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대출금리 인상 등에 따른 주택 구입 여력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부동산시장은 2024년쯤에나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을 보려면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미국의 증시 전망도 필요하겠지요?

“미국 나스닥에 성장된 기술주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평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실적도 달러 강세 여파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터라, 금리가 안정된 후에야 반등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10년에 걸친 성장주 주도의 장세가 마무리되고, 가치주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금리가 오를 때 성장주는 이중고를 겪게 되지요. 무엇보다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증시를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는 데다, 매출 확대를 위한 투자도 힘들 거라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장금리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모르지만, 아직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네요.”

-국제 원자재 가격도 세계 경제에 큰 변수인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유부터 볼게요. 원유 가격을 좌우하는 두 가지 큰 변수로 중국의 수요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을 들 수 있습니다. 셰일오일 생산량은 급격히 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수입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 최근 3분기 유가 하락 요인이 됐죠. 그리고 이런 흐름은 2023년 상반기쯤이면 더 뚜렷해질거라 봅니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2023년 상반기에 들어서면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이 중국의 원유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원유가격은 급락보다는 하향 안정되는 흐름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식량가격은 국제유가 흐름과 결을 같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이오 연료의 혼합 의무제도 때문에 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옥수수와 대두 등 곡물가격이 급등하지만,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지 않은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기후 변화에 따른 수확량의 감소 우려가 있긴 하지만, 2023년에는 올해보다 재배면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하향 안정세를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투자에 앞서 환율 흐름부터 점검하자고 강조했는데, 환율 전망은 어떤가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변화는 결국 미국 달러가치의 흐름에 달려 있는데, 2023년 상반기부터 달러 강세가 진정될 것으로 봅니다. 정책금리가 4%대에 이른 후 금리인상 탄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겨울이 지난 후에는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도 지금보다 줄어들 거라 기대합니다. 특히 중국도 10월 정치 일정이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미국이 코로나 사태 종식을 선언한 마당에, 중국이 무한정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고 나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환율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전태훤 선임기자

-환율 다음으로 수출을 주목하라고 강조한 의미를 설명해 주시죠.

“수출은 주식시장의 흐름을 좌우합니다. 수출이 잘되면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기 때문이죠. 물론 수출이 부진할 때에는 주식시장도 힘을 쓰지 못하고, 주가하락은 다시 또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수출은 한국 증시는 물론 경제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팩터(factor)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볼때, 수출 전망은 적어도 2023년 상반기까지는 그리 밝지가 않아요.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주력 수출 제품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석유 및 화학제품은 국제유가 흐름에 연동된다는 면에서 올해보다 내년 상반기 수출 전망이 더 어두워 보입니다.

결국 수출 회복의 타이밍은 2023년 하반기 정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주식시장이 반응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단은 주식보다는 채권시장이 먼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해외 투자는 할 만한가요?

“투자자라면 해외투자는 필수라고 봅니다. 해외투자는 원화가 아닌 달러나 유로, 엔화에 투자하는 것이라, 2022년처럼 원화 가치가 떨어질 때 환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지요. 더 나아가 한국에 없는 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예를 들어 HYG(하이일드 펀드)는 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지난 15년간 지속적인 우상향을 보였어요. 2008년이나 2020년 같은 가격 하락기에는 환율 상승이 나타나면서 이런 수익을 만들어주기도 했죠. 해외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봅니다.

그럼 ‘언제 투자하는 것이 좋은가?’란 질문이 나올텐데, 투자 타이밍은 투자 상품의 종류에 따라 모두 다르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HYG 같은 상품은 지금도 투자하기 좋다고 보지만, 지금 미국 주식은 투자하기 좋은 때는 아니라는 거죠. 채권시장의 회복이 본격화된 다음에야 주식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대한민국 투자에서 부동산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주택구입부담지수(한국주택금융공사)나 주택구매력지수(KB국민은행)를 모두 살펴봐도 지금 집값은 역사상 가장 고평가된 것으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204포인트인데, 이는 조사 이래 평균치(125)에 비해 40%가량 고평가된 수준이죠. 물론 소득이 늘고 이자가 내리면 고평가가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2023년까지는 고평가된 상황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역별로는 전남과 경북,전북 등은 고평가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세종, 경기 등 핵심 지역에서 고평가가 심각한 상황이라, 시장이 안정을 찾는 시기를 지금 논하기는 어렵다 봅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그치고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우려에서 벗어난다면 모를까, 아직은 부동산 시장에 호재보다는 악재가 우세한 상황으로 봅니다. 지역별로, 또 부동산 상품별로 제각각이겠지만, 한 줄 요약을 한다면 투자하기 좋은 시기는 아닌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