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고속주회로에서 주행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미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져온 1400원대가 결국 뚫리면서 이제는 연말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시장에서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자동차와 부품 관련주가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당분간 상승할 여력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 1409.3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넘어섰으며, 이틀째 14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을 뚫으며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 수준인 1500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달러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에서 불안한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다고 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약화될 가능성은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현대자동차의 지난 6개월 간 수익률은 11.53%다. 기아의 수익률은 11.08%다.

완성차 업체에 납품을 공급하는 2차전지 및 부품 관련주도 강달러 영향에 수혜주로 꼽힌다. 성우하이텍(015750), 현대모비스(012330), 만도, 세아메카닉스(396300), 명신산업(009900), 에스엘(005850), 넥센타이어(002350)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자동차 업종은 환율 상승에서 호재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를 실현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하면 완성차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3.3%포인트 상승한다.

실제 현대차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2조979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1조8860억원)보다 58.0% 늘어난 수치다.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2012년 2분기에 달성한 기존의 최고 실적인 2조5372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다. 영업이익률은 8.3%로, 2014년 2분기(9.2%)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다. 현대차는 2분기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6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국내 생산분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수출은 여전히 견조하다. 이는 달러 강세 효과를 최대한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3분기는 자동차 산업의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전통적 비수기를 뛰어넘어 호실적이 가능할 전망”이라면서 “달러 강세를 대응하기 위한 북미 수출 집중 전략도 2분기보다 강화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