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국내 증시 문을 두드리는 기업은 여전히 많다. 과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나 바이오 등 기술력을 내세우는 기업들과 달리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실적과 시장 성장성을 무기로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상장계획을 이미 한차례 철회했던 재수생 기업들도 하반기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뉴스1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의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서재는 지난달 27일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를 통한 코스닥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설립 6년 차의 기업이지만,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 2017년 국내 처음으로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춘 독서 패러다임을 만든 회사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에는 KT그룹 산하 지니뮤직에 인수(지분 38.4%, 464억원에 인수)되면서 KT 미디어 밸류체인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그룹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을 청구하고 나서 일주일 만인 지난 3일 밀리의서재는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서 1만3000여명의 회원 정보(이메일, 전화번호, 비밀번호 등)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해킹 사건에 곧바로 대응하고 연내 상장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상장 계획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아직 회사에서 피해 규모와 손실 보전 등에 대한 확정이 안났고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다”면서 “개인 정보 유출 문제 자체는 상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영업적 불신이나 재무적 영향이 있을 수 있어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프리미엄 펫푸드 업체인 오에스피 역시 1년 만에 다시 코스닥 시장 상장에 재도전했다. 오에스피는 지난 4월 26일 상장 예심 청구를 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펫코노미(Pet+Economy)’에 대한 관심도가 한층 높아진 만큼,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노려 증시 입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에스피는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28억원, 2020년에는 39억원을 기록했다. 오에스피의 관계자는 “펫푸드업계 중 최초로 IPO에 도전하는 만큼 절차마다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엑셀러레이터(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역시 같은 달 28일에 코스닥 입성 재도전에 나섰다. 2020년 7월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에 이를 철회하고 나서 2년 만이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41억원, 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당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이라는 생소한 업종과 이로 인해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적정 시점에 상장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의 경우 신사업이란 특성상 상장 심사 승인에 시간이 걸리거나, 상장을 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장 재수생 기업의 경우에도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수를 한다고 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자금을 활용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연구 개발에 활용하는 등 연내 상장이 시급한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