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경영 선언' 29주년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오는 7일 '신경영 선언일'에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난다./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6개월 만에 해외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이번 출장길에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테마주인 로봇주가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티로보틱스(117730)는 전 거래일보다 1080원(13.53%) 오른 9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티로보틱스 주가가 오른 것은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자율이송로봇(AMR) 개발을 수주받았다는 소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휴림로봇(090710)(2.62)%,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1.46%), 세아메카닉스(396300)(0.13%) 등도 소폭 올랐다.

최근 한달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또 다른 종목으로는 우림피티에스(101170)가 꼽힌다. 삼성전자가 M&A를 위한 작업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종목은 최근 급등세를 보였다. 우림피티에스의 지난 한달 수익률은 70.05%, 3달 간 수익률은 101.02%에 달한다. 우림피티에스는 최근 정부 국책과제로 로봇 정밀감속기의 국산화 개발에 나섰고 삼성중공업 등과 감속기 개발, 공급에 나서고 있다. 우림피티에스는 최근 로봇 및 자동화 정밀 구동감속기의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용 정밀감속기는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핵심부품이다. 이와 함께 휴림로봇의 석달 간 수익률은 343.83%에 달한다.

삼성전자 인수 기업 관련주로 부각된 테마로는 로봇 외에도 반도체, 인공지능(AI) 등도 꼽힌다. 그 중에도 로봇 부문에서는 산업용 로봇업체인 일본 화낙, 스위스 ABB 등이 인수 물망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설이 돌기도 했다.

로봇 관련 종목이 최근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로봇산업화 태스크포스(TF)팀을 상설 조직으로 격상하고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과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전담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꾸렸다. 한 부회장은 신사업의 대표 사례로 로봇을 꼽으며 “전문조직을 강화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전장 등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매우 큰 만큼 향후 유기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1~3차 협력사들도 최근 로봇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주행 보조 로봇의 출시를 8월로 잡고 속도를 내고 있다. 초기 물량은 3만~5만대 내외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핵심 협력사에 로봇 부품 조달과 제조 등을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용 감속기(회전력을 증가하는 장치)와 서보모터(servomotor·속도 제어용 모터)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부품을 제외하고 핵심 센서나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의 부품은 국내 협력사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선 삼성의 신사업 청사진이 로봇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상장된 로봇기업들의 주 사업 영역은 산업로봇인 만큼 직접적인 수혜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윤정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은 삼성 가전제품 간 연결 플랫폼에 기반한 고객 라이프스타일과의 상호작용에 주력하는, 즉 스마트홈(AI)과 서비스로봇 영역에 해당한다”면서 “국내 상장 로봇업체들이 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영역은 산업로봇이기에, 삼성의 신사업 추진이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제조업 및 서비스업 전반에서 자동화와 무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기술 발전에 기반한 로봇의 적용 범위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로보틱스 기술 및 제품 수요 확대 여력은 크다고 판단하며, 확장성 면에서 산업 로봇보다는 서비스 로봇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비교적 더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의 로봇 신사업이 국내 로봇관련 협력사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로봇을 주요 미래 성장 부문으로 낙점한 만큼 국내 로봇 관련 업체들에 대한 주가 부양 기대감은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