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혼란스러운 증시 속에서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선호 주식이 바뀌고 있다. 미국 나스닥 레버리지와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매수하던 서학개미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인기가 많던 중국과 일본 주식 일부는 손바뀜이 뚜렷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해외 투자자들의 인기 투자 종목인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우량 기업을 담은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는 올해에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4월 이후에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2차 전지와 전기차 밸류체인 관련 ‘글로벌 X 차이나 전기차& 배터리 ETF’로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쏠렸다. 그만큼 중국 2차전지와 전기차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보호 장구를 착용한 홍콩 시민이 지난 4월 11일 홍콩중국기업지수(H지수)와 나스닥(NASDAQ) 지수가 함께 표시된 은행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한 영향으로 이날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인기 순매수금액 ‘톱(Top)’ 50위권에 올랐던 종목은 미국 주식(ETF, ETN 포함)들을 제외하고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7177만달러, 약 907억2400만원)’가 가장 순위(28위)가 높았다.

이 ETF는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 중 우량 기업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 H지수(HSCEI)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대표적인 편입 종목은 텐센트와 메이퇀, 알리바바, BYD, 샤오미 등이다. 이들 종목은 중국의 빅테크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주가 낙폭이 컸다.

홍콩 H지수는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중 갈등에 불이 붙은 가운데 중국에서 오미크론 폭증세까지 이어지자 연초 이후 3월 중순 26%까지 크게 급락한 바 있다. 이후 항셍테크지수가 한때 급등하며 홍콩 H지수가 반등하자 해외 투자자들이 관련 ETF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H지수는 최근에 낙폭을 일부 회복하며 올 들어 16% 떨어진 수준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과 홍콩 증시가 2분기에 하단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홍콩 H지수는 미국의 긴축 사이클에 내성을 구축했고 장기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하락)을 마무리한 것이 긍정적이고 항셍 테크주는 장기 보유 보다는 분할 매수가 좋아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항셍 테크지수는 연초 이후 24% 급락했는데 최근 한주 동안에만 6% 올랐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빅테크 규제가 완화되고 이들의 1분기 실적 저점을 확인하고 나서 이익 레벨 반등이 예상된다”면서 “6월부터 상하이의 락다운(봉쇄) 해제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와 1분기 경기·실적을 바닥으로 회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일본 ‘쇼와 덴코(4302만달러, 약 543억8100만원)’와 홍콩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3420만달러, 약 432억3200만원)’을 순매수하며 각각 41위와 47위를 차지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오는 26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4월 이후로 봐도 해외 투자자들은 최근까지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2381만달러, 약 301억1700만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25위)했다. 미국 이외 다른 국가 주식 중에서는 이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가 유일한 해외 주식이었다. 이 ETF는 지난 한해 동안에도 투자자들이 4억1353만달러(약 5231억5600만원, 11위)를 순매수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나스닥 급락 등으로 증시가 크게 흔들리던 5월 이후로 보면 중국 2차전지와 전기차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ETF에 대한 인기가 급부상했다. 이 ETF에 대한 인기는 지난 4월부터 눈에 띄게 지속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글로벌 X 차이나 전기차& 배터리 ETF(HKD)’를 889만달러(약 112억4300만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26위)했다. 이어 알리바바그룹과 홍콩에 상장된 ‘글로벌 X 차이나 전기차& 배터리 ETF(USD)’를 각각 43위(604만달러, 약 76억3800만원), 45위(572만달러, 약 72억3400만원) 순매수했다.

중국의 전기차, 2차전지 부문은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계속되는 악재에 연초 이후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중국 봉쇄로 관련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의 방역 정책이 완화되고 지역 봉쇄도 다음달 초부터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승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2주간 관련 기대감이 중국의 전기차, 2차전지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공급이 점진적으로 회복이 되고 수요도 내연차보다는 괜찮았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가 상반기보다는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