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소식에 출렁거린 미 뉴욕 증시./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해 국내 주식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우크라이나 진군으로 러시아와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고려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코스피지수가 2500포인트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반면 서구권과 러시아의 평화협정 체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코스피지수가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전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갈등을 넘어 주요 선진국을 위시해 나토가 참전할 최악의 경우, 코스피지수는 2500선으로 낮아질 수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불거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심화로 인한 전시(戰時)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고 이런 영향이 국내 지수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불확실한 경제에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한국은 러시아의 5번째 수입국으로 부상했기에 서구권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면 수출 기업의 매출 감소가 즉각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까지 이번 사태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문제가 장기화되더라도 주식시장 영향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단기엔 불확실성을 반영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펀더멘탈(기업이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부분 단기간만 시장에 반영됐다는 점을 볼 때 향후 1~2개월이 불확실성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정학적 분쟁이 전면전으로 격화되지 않는 이상 전반적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현재 러시아 루블화 환율의 내재 변동성과 국가 부도 위험의 지표인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은 2008년 금융위기,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는 현 상황이 추가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는 중소형보다는 대형주나 반도체·운송 등과 관련된 종목으로 투자처가 옮겨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장 내부에 불안심리가 잔존해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약세 국면에서 시장 민감도가 낮고 실적 전망이 양호한 반도체, 운송, 유통, 음식료 등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invasion)이 시작됐다”며 러시아 금융기관·국가 부채·개인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내린 첫 공식 제재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침공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처음이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1%이상 하락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01% 하락 마감하며 고점 대비 10%이상 낮은 ‘기술적 조정’ 국면에 재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