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에 러시아군을 파견해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으로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진입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파란불이 켜졌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물론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긴장에 코스피 2700선 재붕괴… 러시아 증시 10% 폭락·유럽증시도 일제히 하락

22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72포인트(1.41%) 내린 2705.08에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대비 15.17포인트(1.72%) 하락한 869.08에 장을 시작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2700선이 재붕괴됐다. 이날 2705선에서 하락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한때 2696선까지 밀려 내려갔다. 오전 11시 31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2697.21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 시총 10위권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세다. 이날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1.62%)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2.54%), SK하이닉스(-2.31%), NAVER(-2.99%), 삼성바이오로직스(-0.26%), LG화학(-3.57%), 현대차(-2.43%) 등 일제히 하락했다.

세계 금융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 증시는 급락했으며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차질 우려에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21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서 달러로 표시되는 RTS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2%, 루블화로 표시되는 모엑스 지수는 10.5% 각각 급락했다. 모엑스 지수의 이날 하락폭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 3월 이후 최대였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통화 가치도 나란히 떨어졌다.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3.4% 하락했으며 우크라이나 흐리우냐는 1% 내려갔다. 루블화 가치는 2020년 3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미국 증시는 이날 대통령의 날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선물은 거의 1.3% 내렸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 선물은 1.9% 하락했다. 또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Stoxx)50지수는 2.17% 떨어졌다. 독일 DAX30 지수는 2.07%, 프랑스 CAC40 지수는 2.04% 각각 하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22일 오전 8시 13분 현재 배럴당 94.4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68%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1.98% 오른 배럴당 95.39달러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석유·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반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에 따라 금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92.1원)보다 3.4원 오른 1195.5원에 문을 열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911.00달러(약 228만원)로 0.21% 올라 최근 9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다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루블화, 유로화 등을 종합해 볼 때 금융시장 자체로는 우크라이나 이슈가 더 확장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예상”…단기 변동성 높지만 반등 가능성도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우크라이나 사태가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증시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무력충돌 가능성은 이미 가격에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에 큰 악재는 없을 것이란 관측으로 갈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국들의 4분기 실적시즌이 종반부에 진입하면서 시장은 실적,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매크로(거시환경)나 국제정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한 연구원은 “지정학적 긴장 극대화로 국내 증시는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시장 불안을 야기한 ‘미국이 데프콘3를 발동했다’는 소문이 공식입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가짜 뉴스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블랙스완(검은 백조처럼 현실에 존재할 가능성이 극도로 낮지만 큰 충격을 주는 악재)급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러시아와 서방국 간 무력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2014년 3월 크림반도 분쟁 시기에 한국 코스피는 2주간 -3%, 미국 S&P500은 1주간 -2% 조정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 저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반도에서 군대를 철수하면서 교전 가능성이 해소된 시점이었다”면서 “코스피 저점 확인 후 1주일만에 낙폭을 만회했다. 이번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단기에 변동성이 높아진 후 무력분쟁 가능성이 해소되면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현재로서 서방국 대응에 따라 한차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군의 무력시위 시점이 변동성이 가장 커진 시점일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코스피 분할매수 대응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금융시장 등락을 결정짓는 핵심변수로 볼 수 없다”며 “현재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과몰입된 상태다. 이럴 때일수록 펀더멘털 변수와 그로 인한 변화 가능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