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코스피·코스닥지수가 동반 급락했다. 지난 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불거지며 뉴욕 3대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우리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3% 넘게 떨어지자 우리 증시에서도 IT·바이오 등 기술주의 하락폭이 컸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 포진한 게임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6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44포인트(1.13%) 내린 2920.53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2915.38까지 내리며 2900선을 내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이끈 것은 국내 기관의 매도세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총 483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 기관에서 3626억원을, 연기금에서 1415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특히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1707억원어치 팔았으며, SK하이닉스(000660)도 797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와 외국계 기관은 각각 2823억원, 1814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 확대를 방어했다. 개인의 매수세는 양대 IT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에 집중됐다. 카카오 주식을 2359억원, 네이버 주식을 1588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른바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귀환에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외 기관이 동반 순매도에 나서며 매물이 대량 출회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내외 기관은 네이버 주식을 1658억원어치 판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주식은 244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의 매물 폭탄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4.65%, 5.21% 하락 마감했다. 특히 카카오는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47조원에서 44조5000억원으로 감소하며 시총 순위 5위에서 7위로(우선주 제외) 내려왔다.

경기 성남의 네이버, 카카오 본사(왼쪽부터). /조선DB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네이버·카카오 외에도 기술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동반 약세를 띠었다. 바이오 기술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각각 2.67%, 7.62% 급락했다. 셀트리온(068270)은 3.47% 하락 마감했다. 대표적인 기술주로 분류되는 게임주 역시 큰 폭으로 내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엔씨소프트(036570)는 3.84%, 크래프톤(259960)은 3.6% 하락했으며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 포진한 펄어비스(263750)카카오게임즈(293490), 위메이드(112040)가 각각 7.15%, 14.24%, 11.75% 급락했다. 컴투스(078340)도 10.53% 하락 마감했다.

기술 성장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다보니 코스닥시장은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9.32포인트(2.9%) 급락한 980.30으로 마감했다. 개인이 3865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계 기관과 국내 기관이 각각 1259억원, 2456억원을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이처럼 기술 성장주가 대거 급락한 이유는 지난 밤 미 뉴욕 증시와 연관 있다. 5일(현지 시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22.54포인트(3.34%) 내린 1만5100.17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07%)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94%)보다 하락폭이 컸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주가는 4.59%, 메타(옛 페이스북)는 4.49% 하락했다. 테슬라와 애플 주가는 각각 5.35%, 2.66%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바이오주 역시 동반 급락했다. 노바백스는 전날보다 11.59% 떨어진 122.41달러에, 모더나는 7.65% 내린 215.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연방준비제도

이날 장중 공개된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겨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올리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 3월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한 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다.

보통 기술 성장주는 금리 상승기에 특히 큰 타격을 받는다. 성장주는 미래의 기업 성장성을 근거로 주가가 오르는데, 금리가 오르면 비용이 많이 들어 미래 현금 흐름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한 달 간 꾸준히 상승해왔다. 지난 12월 3일(현지 시각) 1.357%에 그쳤으나, 현재는 1.728%까지 오른 상태다.

긴축 공포에 증시가 급락하자 암호화폐 시세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오후 4시 26분(한국 시간) 기준으로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6.84% 내린 4만3220.8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9.18% 급락하고 있으며, 바이낸스코인과 솔라나는 각각 8%, 11% 넘게 하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