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부실 금융기관을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곧바로 매각할 수 있는 ‘특별정리제도’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부실 금융사에 투입하는 세금을 최소화하고 부실이 전체 금융권으로 번지는 문제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예보)는 특별정리제도 도입을 외부연구지원사업으로 채택하고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외부연구지원사업은 예보가 금융 안정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보 측은 “특별정리제도 국내 도입 방안 연구 등을 통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정리제도는 금융 당국이 부실이 발생한 금융사를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는 금융 당국이 부실 금융사 매각 전에 시정 계획안을 제출받고 이해관계자의 조정을 거치는 등 사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특별정리제도가 도입되면 이해관계자의 동의 없이 부실 금융사를 매각하거나 이전할 수 있다. 일종의 ‘패스트트랙’ 제도다.

특별정리제가 도입되면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다른 금융권으로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금융사 부실로 대규모 예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디지털 뱅크런’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 예보는 지난해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에서처럼 ‘디지털 뱅크런’ 위기가 나타남에 따라 이에 맞는 신속한 정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관리제는 영국에서 시행 중이다. 영국은 금융사 부실 발생에 따른 비용을 주주와 일부 채권자에게 부담시켜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는 목적으로 2009년 제도를 도입했다.

예보는 제도 도입을 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금융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해 왔다. 예보는 금융 당국, 민간 전문가와 제도 도입 논의를 거친 뒤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