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희망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최근 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들도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과거 상경 계열 등 문과생이 주로 문을 두드렸던 은행 채용 시장에서 코딩테스트와 ICT 및 디지털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우리은행, DGB대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공고를 냈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까지, 대구은행은 오는 10일까지 서류 신청을 받는다. 우리은행은 9월 중 채용 시기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일제히 디지털·ICT 인재 채용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일반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지역인재 ▲디자인 크리에이터 등 4개 부문을 모집한다. 일반 행원은 개인 및 기업을 대상으로 여수신, 외국환, 연금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ICT 행원은 데이터 분석, 디지털서비스 기획, 디지털전략 및 채널 수립 등 디지털 금융 관련 직무를 맡는다. 선발 과정은 서류 전형, 온라인 코딩테스트, 실무진 면접 전형, 최종면접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개인금융 ▲IT 특성화고 ▲보훈 특별채용 등 4개 부문을 모집한다. 이중 IT 특성화고 부문은 디지털·ICT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IT 관련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 중 직무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거나 교육부나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을 우대한다고 밝혔다. 최종 선발된 사람은 1년간 영업점에 근무하며 영업 현장의 프로세스를 익힌 후 디지털·IT 관련 부서에 배치될 예정이다.

대구은행은 ▲일반금융 ▲디지털·ICT 등 2개 부문을 모집한다. 일반금융 행원은 채용 분야 권역별 영업점에서 근무한다면 디지털·ICT 행원은 영업점을 비롯해 본점·제2본점·DGB혁신센터 등에서 디지털·ICT 업무를 진행한다. 선발 과정은 인공지능(AI) 역량평가 후 서류 전형을 실시하고 코딩테스트, 6주간 인턴십, 최종면접으로 이루어진다.

KB국민, NH농협 등 다른 시중은행도 이달 중 하반기 신입 행원을 채용할 계획인데 디지털·ICT 채용부문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디지털·ICT 인재를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인재풀(Pool) 등록을 통해 ICT 개발, AI·블록체인·클라우드·데이터를 비롯한 디지털 신기술, 디지털 전략·기획, 사용자 경험(UX) 기획의 전문인력을 별도로 수시 채용 중이다.

5대 시중은행들이 2020년 이후 오프라인 점포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조선비즈DB

최근 인력 감축과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점 방문 고객은 줄어드는 반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989곳으로 전년(4188곳)보다 199개 감소했다. 5대 은행 점포 수는 ▲2016년 4917개 ▲2017년 4726개 ▲2018년 4699개 ▲2019년 4661개 ▲2020년 4425개 등으로 해마다 100~200개가량이 문을 닫고 있다. 반면 올해 상반기 각 금융 지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의 디지털·ICT 인력 발굴과 영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IT인력 중 자체 인력 비중은 2017년 47.7%에서 2021년 55.3%로 늘었다. 직무별 인력비중을 보면 영업·마케팅은 2013년 68.8%에서 지난해 56.6%로 감소했다. 반면 IT를 포함해 경영관리 인력 비중은 같은 기간 16.3%에서 19.8%로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금융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관련 기술의 고도화가 은행권의 주요 과제다”라며 “특히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에 비하면 시중은행 플랫폼은 무겁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있어 플랫폼을 고도화, 차별화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권의 디지털·ICT 인재 채용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