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삼성페이 사용자가 CU편의점에서 결제를 하는 모습/사진제동=삼성전자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1년간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카드업계는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수수료 관련 ‘패’로 삼성페이가 카드업계에 앞으로 마케팅 협상 등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카드업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페이가 금융 당국 눈치를 보는 등 여러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페이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카드사에 통보했다. 삼성페이는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카드사를 포함한 제2금융권이 높은 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라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삼성페이를 운영하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간편결제 생태계를 위해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에 카드업계는 안도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 3월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결제 대금의 0.15% 정도를 애플 측에 지급하고 있어, 삼성페이 역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페이 측은 KB국민카드, 신한카드 등과 만남을 가지며 수수료 논의에 나섰다. 당시 수수료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 측은 애플페이가 받는 수수료만큼 삼성페이도 받겠다는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는 불발됐다.

그래픽=정서희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카드업계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페이가 이번 결정을 앞으로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안 받는 대신 공동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이번 결단은 삼성페이로서는 오히려 이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원래 삼성페이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도 사업을 잘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카드업계의 ‘마음’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금융 당국이 상생금융을 외치고 있는 만큼, 삼성페이 역시 이에 따르기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수수료를 책정하게 되면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관리를 받을 뿐 아니라 다른 간편결제 사업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만일 삼성페이가 애플페이 수준으로 수수료를 받게 되면 분기당 얻을 수 있는 수익은 1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 카드사 임원은 “안 그래도 어려운 카드업계 분위기를 삼성페이가 몰랐을 리 없다”며 “1300억원 역시 적은 돈은 아니나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 비하면 적은 편이니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 격이다”라고 했다.

올해는 무사히 넘겼지만 내년에는 다시 수수료 산정 논의가 나올 것으로 카드업계는 예측 중이다. 이미 애플페이가 수수료를 받기로 한 만큼, 삼성페이 쪽에선 언제든지 수수료를 받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많은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수수료 책정이 아예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미뤄진 상태로 보고 있다.

삼성페이 수수료 책정이 1년 미뤄진 만큼,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삼성페이 눈치로 인해 애플페이 도입에 망설여 왔는데,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당장 받지 않기로 하면서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도입에 눈독을 들여 왔는데, 삼성페이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어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이번 수수료 유예 등으로 걸림돌이 당장은 사라진 셈이니 애플페이 도입에 총력을 기울일 카드사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