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전세반환대출, 대환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번 조치가 시장금리 인하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할 경우 경우 은행권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 금리가 올라가며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지게 돼 대출 금리가 내려가는 데 한계가 생기게 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전세반환대출 등에 관한 DSR 규제 완화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예정으로, 은행채 발행 확대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역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반환보증금에 한해 DSR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DSR은 채무자의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현 규제 체계에서는 전체 금융권 대출잔액이 1억원이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비은행 50%)를 초과해 돈을 빌릴 수 없다.

DSR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상당 부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역전세 위험이 있는 전세 가구가 102만여 가구에 달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 기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 차액 규모는 연간 24조2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금융당국에서 DSR 규제 때문에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가계대출 증가세에 한시적으로나마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라 규모를 줄여오다가 지난 4월 반등을 시작했다. 5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4조2000억원 증가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6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러스트=이은현

가계대출의 증가는 은행의 대출 재원 마련 문제와 직결된다. 은행은 대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예·적금을 확보하고 은행채 발행을 확대하는 방안을 쓸 수 있다.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이 일제히 늘어나면 채권 금리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것은 대출 금리에 반영되며 금융 소비자의 대출 금리도 올라갈 수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DSR 규제 완화가 실행될 경우 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재원 마련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겠으며, 이는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를 견인할 수 있다”고 했다. 민 연구원은 “전망대로 가계 은행대출 수요가 확대되며 은행채 발행 규모가 늘어날 경우 전체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더해지면서 국내 금리 하락을 제한하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는 이번 DSR 규제 한시적 완화가 대출 증가로 이어져 은행채 시장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반환대출에 대한 DSR 규제 완화는 일시적, 한정적 대상에 한해서 할 것”이라며 “임대인들의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 약간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의 역할로 정책을 설계할 것이라서 가계부채에 영향을 주고 은행채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도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도 대출 규제 완화가 되더라도 가계부채가 우려만큼 큰 폭으로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전세 임차인은 통상 전세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을 반환 받으면 이를 다시 은행에 상환하게 된다. 그러면 임대인의 주택담보대출과 임차인의 전세대출 상환 규모가 엇비슷해져 전체적으로 볼 때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집 주인은 대출을 받지만, 세입자는 기존의 전세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라며 “주택담보대출은 늘어나지만 전세대출은 감소할 수 있고 일부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