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되는 가운데 금융 지원에 가려져 있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침체 여파로 최근 연체율이 치솟으며 대출 부실 위험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 물가 상승, 경기 악화, 고금리 여파로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9일 오전 서울시내 한 폐업 매장 바닥에 대출 전단지 등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용금액은 지난 3월말 기준 85조300억원이다. 이중 오는 9월 종료되는 상환유예 대출잔액은 6조7000억원(8%) 가량이다. 원금에 대한 상환유예가 5조2000억원(6%), 이자 상환유예가 1조4000억원(2%)이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위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금·이자에 대한 상환을 유예하는 제도다. 만기연장 조치는 2025년 9월 종료되나, 상환유예는 오는 9월까지다. 2020년 4월 시행 당시에는 6개월 예정이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6개월씩 4차례 연장됐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당장 대출 부실이 터질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대출이 연착륙하고 있다 평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있는 대출 규모가 1조4000억원, 2% 수준이고 추이를 보면 지난 6개월 동안 30% 가량이 상환을 완료하고 50%가 상환을 개시해서 부실률이 크게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파악해본 결과 부실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금융당국은 상환유예 차주 98%가 상환계획서 작성을 완료한 만큼 금융기관과 차주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3월말 기준 상환계획 수립 대상자 1만4637명 중 1만4350명이 상환계획서를 작성 완료했다.

그러나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 80% 이상이 연 5%를 웃도는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시간 차를 두고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취급한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5.33~5.53%다. 연 5%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대출은 20%였다. 연체율도 상승세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분기 0.18%었던 자영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26%까지 올랐다.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이 당장 금융 당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고금리를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잠재 부실 우려가 큰 만큼 금융 당국이 연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조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상공인 부실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며 “부실은 소리 없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이 안일하게 관리해선 안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기 침체 상황과 맞물릴 경우 추후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이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선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