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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재 선물 거래 시장에서 금(金)보다 눈부신 수익률을 기록한 분야가 있다. 바로 오렌지주스와 설탕(원당), 커피 원두 가격을 쫓는 ‘오렌지주스 선물’, ‘설탕 선물’, ‘커피 선물’ 등 농산물 분야 선물이다.

28일 금융권과 미국 뉴욕선물상품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장 마감 기준 금 선물의 1년간 가격 상승률은 6.2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오렌지주스 선물(티커 OJ) 가격은 무려 64% 올랐고, 런던 설탕 선물(LSUc1)은 27% 올랐다.

다만 농산물 원자재 시장은 가격 예측이 어렵고 등락도 심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융권에선 대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가격이 올해 하반기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터키, 우즈베키스탄, 인도, 카타르 등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진 데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금으로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래픽=손민균

◇ 이상 기후가 만든 역대급 상승률

미국 뉴욕 선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258.62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64.45% 올랐다. 이날 장중 최고 거래가는 295.9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5월 1일 종가는 177.35달러였다. 미국 최대 오렌지 재배 지역인 플로리다의 생산량 부족 예측에 힘입어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런던 설탕 선물의 전일 종가는 1t당 698.6달러로, 1년 전보다 23.89%나 올랐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716.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세가 꺾이며 등락을 반복했다. 설탕(원당) 가격 상승의 최대 요인도 인도, 브라질 등의 이례적인 우기 등 기후 여건 악화에 따른 생산량 차질이 꼽힌다. 실제 세계 최대 설탕생산국인 인도설탕무역협회는 올해 설탕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3450만t에서 3350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쉽사리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이상기후 현상은 단기간에 종식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데다 가격 예측도 어렵다. 더구나 선물 거래는 거래소가 책정한 증거금 예치만으로 선물 계약을 체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투기세력의 주요 투자 대상이 돼 가격 거품이 발생할 수 있어 유념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방상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계장은 “원자재는 경기와 밀접한 영향을 갖는다”면서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에 원자재 시장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경기침체 우려에 다시 떠오르는 금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다시 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 침체와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금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 계장은 “금 가격은 달러 가치, 실질금리, 경기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으며 등락하는데, 이런 요인을 고려할 때 박스권에서 등락을 하다 재차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은 하반기에도 다른 원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2008년 이후 실질금리가 오르면 금 가격이 하락하고, 실질금리가 내릴 때는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미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며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가 하반기 중 약세 흐름을 보인다면 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흥국 중심으로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1분기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는 228t으로, 2000년 통계 발표 이래 최대 규모로 분석됐다.

금과 함께 유가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방 계장은 “당장은 하반기 경기 우려에 유가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OPEC의 감산, 미국 원유 생산 부진 등 전반적인 공급이 줄어든 점이 연말로 갈수록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매입 계획도 하반기 67~72달러 수준으로 예정되어 있어 유가의 하단이 견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개인이 원자재에 투자한다면 정보 획득이 어렵지 않고 본인이 잘 알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일반 개인투자자는 선물 등 파생상품 투자보다는 ETF 등 펀드상품을 통해 투자하기를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