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조합 제공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선박펀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에 나섰다. 해운업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중소 해운사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고조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역 위축, 해상 운임 하락 등의 불안 요인을 맞닥뜨린 해운업은 중소 해운사를 중심으로 경영 위기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최근 선박펀드 부실에 대비한 새로운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캠코는 “해운시황의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선박펀드 채무불이행 위험이 고조되면서 선박펀드 리스크 요인분석·점검 및 선박펀드 부실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코는 지난 2015년부터 구조개선이 필요한 해운사 등이 출자·투자를 요청한 선박을 선박펀드(선박투자회사)를 활용해 인수한 뒤 재용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운사의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돕고, 국적 선대의 유지를 지원하고 있다.

선박펀드 제도는 캠코가 선박펀드를 설립해 선박을 간접 인수하고, 이 펀드가 해운사 등에 배를 빌려주며 받는 대선료(임대료) 등을 기반으로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운사는 선박펀드를 이용하면 제값을 받고 선박을 팔 수 있어 재무구조를 쉽게 개선할 수 있다. 동시에 용선·재매입권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기반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선박펀드 인수 구조./캠코 제공

캠코는 최근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며 중소 해운사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컨틴전시 플랜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선박펀드 리스크부터 분석하기로 했다. 해운사가 용선계약상 채무불이행, 무자력, 사업계속불능 등 디폴트 사유가 발생하면 대선료를 낼 수 없게 되고, 이는 곧 선박펀드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캠코 또한 선박펀드 출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캠코는 선박펀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3개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 100척(선가 2조7034억원)을 인수했다. 캠코 출자액은 1조5806억원이다.

캠코는 컨틴전시 플랜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 제·개정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재 대응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 문제점 등도 진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용선사 부실발생으로 인한 구조조정절차가 진행될 시 선박펀드에 미치는 영향과 출자금 회수방안을 비상계획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캠코는 설립에서 청산에 이르기까지 선박펀드 생애주기 단계별 발생 가능 리스크 요인도 발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캠코 사무실 내부./캠코 제공

해운업은 최근 장기 불황에 대한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전 세계적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및 무역 패턴 변화 등에 따른 항로 변경으로 인해 해상 물동량(톤-마일 기준)은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국의 경제성장 둔화, 글로벌 항만 정체 완화에 따른 가용 선복량 증가 등으로 인해 해상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해운 물동량은 글로벌 교역 증가율의 하향 조정에도 해상 물동량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상 운임은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선대 증가와 항만 정체 해소에 따른 공급 증가에 따라 오히려 해상 운임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900선을 기록했다. 통상 해운사는 운임지수가 1000선을 기록할 때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본다는 점에서 900선을 기록했다는 것은 배를 운항할수록 적자를 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캠코는 컨틴전시 플랜 수립 용역을 올해 하반기까지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