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29)씨는 지난해 중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50만원을 분산 투자했다. 소규모 자본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변인들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이 침체하자 해당 매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 갔고, 현재는 절반 가까이 수익률이 떨어졌다. 강씨는 “역세권에 있고 장기차 임차 계약을 맺은 곳으로 골라 조각투자를 했는데, 고금리 기조를 이길 순 없었다”고 토로했다.

저금리 국면에서 주목받았던 조각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조각투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030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재테크 방식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지속하자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조각투자란 개인이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의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갠 후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한우, 미술품 등의 자산이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자산을 1000원~10만원 단위의 지분으로 나눠 공동투자한다. 특히 조각투자는 소득과 자산이 적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조각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조각투자의 경우 대부분 매물이 액면가 밑으로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의 1호 상장 건물인 ‘안국 다운타우너’의 수익증권은 지난달 30일 기준 주당 4070원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이 건물은 지난해 5월 부동산 수익증권 공모 액면가가 주당 5000원에 이뤄졌는데, 현재 공모가 대비 15% 이상 시세가 하락한 것이다.

또 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의 대표 상품인 ‘TE물류센터’의 경우도 지난달 29일 40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매물은 지난해 7월 4일 주당 515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는데 8개월 만에 21.94% 하락한 것이다. 이외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3개의 매물 모두 액면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왼쪽부터)부동산, 한우,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각 사 캡쳐

한우 조각투자의 경우도 지난해 한우 시세가 폭락하며 손실을 보았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투자자와 한우 농가를 연결해준다. 최소 투자금 4만원으로 송아지에 투자하면 농가가 대신 사육한 다음 2년 뒤 경매를 통해 얻은 현금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뱅카우에 따르면 지난달 수송아지의 경우 시세는 316만원으로 전년(414만원) 대비 33.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암송아지 경우도 204만원으로 전년(272만원) 대비 33.2% 급락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소투’에서 조각투자가 가능한 미술품 72점 가운데 지난달 30일 기준 마이너스가 아닌 종목은 14점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환, 백남준, 천경자 등 국내 유명 작가 작품의 경우만 5~30% 가격이 올랐다.

최근 조각투자 인기가 식은 데는 경기불황과 고금리 등으로 MZ세대가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고금리에 예금 등 전통 금융자산으로 돈이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 이자가 높아지면서 조각투자와 같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보다는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가 내년에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까지는 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각투자업계는 고금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각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서 조각투자 시장뿐만 아니라 주식, 가상화폐 시장이 모두 좋지 않은 상태다”라며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안정화되고 있고 또 최근 금융 당국이 증권형 토큰을 논의하고 있고 만큼, 앞으로 더 안전하게 조각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시장의 크기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