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편집부

대부업체들이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를 통해 고객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방식이 중단됐지만, 일부 대부중개사이트는 여전히 대부업체가 글 작성자에게 먼저 연락해 영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방식 변경이 일부 대부중개사이트 간 자율규제 사안인 데다, 운영방식 변경 이전 기존 대부업체가 불법사금융업자와 연결돼 소비자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2개 대부중개사이트 중 8개 사이트는 여전히 고객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영업방식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일 대출나라, 대출세상 등 14개 대부중개사이트는 대부업체가 고객 개인정보 열람을 금지하는 소비자 보호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8개 업체는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대부중개사이트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대부중개사이트 대출문의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면 등록 대부업체가 글 작성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해 소비자에게 연락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알선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등록 대부업체가 불법 대부업체와 연결돼 소비자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했다. 이 때문에 대출문의 글을 올린 금융 소비자가 불법 대부업자로부터 ‘전화 폭탄’을 받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부중개사이트는 지난달 15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러한 운영방식을 개정했다. 소비자가 대출문의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면 상담이 가능한 대부업체가 댓글로 광고배너를 게시해 소비자가 직접 대부업체로 연락하도록 방식이 바뀌었다. 소비자의 번호가 노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번호유출의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운영방식 개정이 일부 사이트 간 자율규제인 만큼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대부중개사이트는 자율규제에 참여하지 않고 여전히 소비자 개인정보를 대부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등록 대부업체에 소비자 개인정보를 열람하게 한 뒤 불법 대부업체에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부중개사이트 관계자는 “대부분 사이트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 열람을 금지하도록 자정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대부중개사이트는 자정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들은 대부분 영세 대부중개사이트로 고객 개인정보를 대부업체에 팔아넘기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중개사이트에 올라인 대출문의 게시글. /김수정 기자

운영방식이 변경되기 이전에 대부중개사이트를 통해 대부업체에 연락을 취했을 경우에도 여전히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연락이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자가 운영방식이 개정되기 이전인 지난달 2일 대부중개사이트에 글을 게재한 이후, 관련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지속적인 연락이 오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상호를 밝히지 않았으며, ‘용기대부’, ‘en캐피탈’ 등 상호를 밝혀도 금융감독원 등록대부업체 서비스에 조회되지 않는 미등록 대부업체였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운영방식 변경 이전에 등록 대부업체가 불법 대부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단체대화방에서 다수의 대부업자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운영방식이 변경되더라도 계속해서 불법 대부업체 측에서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저신용자들이 불법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저신용자는 한 곳의 대출중개사이트가 아닌 여러 곳에 대출문의 게시글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대부중개사이트가 불법 사금융 노출 경로로 이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2021년 4월부터 12월까지 채무자 대리인 신청자 4313명을 대상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80%에 해당하는 3455명이 대부중개사이트에서 불법 사금융을 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법 대부업체의 차단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일부 대부중개사이트 간 자율규제로 개인정보열람을 차단하는데, 고객들은 해당 사이트가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사이트인지 잘 알지 못한다”며 “고객 개인정보가 악용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나서서 모든 대부중개사이트를 대상으로 개인정보열람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