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인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가 최근 SK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를 만난다는 얘기가 가상자산 업계에서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이 주식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증권형 토큰을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증권사가 다룰 수 있도록 하면서 두나무가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본다.

18일 복수의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해 말부터 SK증권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두나무는 SK증권과 같은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금융위원회가 증권사를 통한 증권 토큰 발행(STO) 허용을 시사하면서 두나무가 먹거리를 늘리기 위해 증권사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두나무가 증권사를 만나고 다닌다는 것은 업계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라며 “지난해부터 SK증권과 몇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두나무가 SK증권과 같은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업체 중 증권사를 인수할 만한 여력을 가진 곳은 두나무뿐이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증권플러스 등 여러 자회사를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비록 수조원의 피해를 야기한 루나-테라 사태와 세계 3위 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두나무 실적도 악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두나무는 재정 상태가 튼튼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두나무는 당기순이익 3327억원, 누적 영업이익 7348억원을 기록했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전거래 및 시세조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두나무의 증권사 인수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금융회사를 인수하려면 금융위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금융위가 이를 허락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두나무는 현재 송치형 의장이 가상자산 시세조종 및 자전거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사법 리스크가 끝나기 전까진 금융당국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송 의장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아직 그를 향한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진 않은 상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증권사 인수 등 사업 확장에 나서려면 송 의장의 리스크 해결이 필수적이다”라며 “가뜩이나 가상자산을 향한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두나무가 증권사 인수에 나선다고 하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두나무는 SK증권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두나무는 SK증권을 만난 적이 없으며 인수 추진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두나무가 SK증권을 만났다는 내용은 두나무 내부 정보에 정통한 관계자에게 들은 것”이라며 “혹시 인수가 불발에 그치지 않을까 미리 입단속에 나서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