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 버스정류소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4)씨의 출근길은 집에서 알뜰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출발’ 버튼을 누르며 시작된다. 집에서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까지 걸어간 뒤 알뜰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타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 직장까지 걸어가 다시 앱을 열고 ‘도착’ 버튼을 누른다. 박씨가 지난달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쌓은 마일리지는 1만6600원, 이중 1만940원을 돈으로 환급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택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잇달아 인상하자, 교통요금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대중교통, 택시 이용이 잦다면 교통비 할인 혜택이 있는 카드를 활용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3일 서울, 경기, 대구, 울산 등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의 요금이 인상됐거나, 앞으로 오른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지하철·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는 3월 중형택시 기본거리를 2.0㎞에서 1.6㎞로 줄이고,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택시 기본요금도 올랐다. 서울은 이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했고 대구, 울산은 지난 1월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700원 올렸다.

◇ 대중교통비 30% 줄이는 알뜰교통카드

대중교통비를 아낄 수 있는 대표적인 카드로 ‘알뜰교통카드’가 꼽힌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탄 거리를 합산해 마일리지(이용 실적 점수)로 적립해 돈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다. 출발·도착지와 정류장 간 보행, 자전거 등을 통해 이동한 거리(최대 800m)에 따라 국가·지자체가 이동거리(최대 800m)까지 마일리지를 20% 주고, 이용 실적에 따라 카드사의 추가로 10% 할인해준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면 800m까지 250~450원이 쌓이는 식이다. 800m 미만은 이동 거리에 비례해 실적이 쌓이고, 미세먼지 저감조치 발령 시 마일리지는 두 배 지급된다. 마일리지는 한 달에 15회 이상 사용해야 쌓이고 한 달 44회까지만 적립된다. 만약 44회 이상 마일리지를 쌓았다면, 실적이 높은 순으로 44회까지만 환급된다.

박모씨의 1월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적립내역. /모바일 앱 화면 캡처

카드 종류는 크게 선불형과 후불형(신용/체크)으로 나뉜다. 선불형은 티머니페이, 모바일캐시비, 원패스 앱에서, 후불형은 신한, 우리, 하나카드 등 3개 사가 체크카드 3종, 신용카드 3종을 발급하고 있다.

각 카드마다 교통비 할인 외에 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편의점과 마트, 병원, 약국, 통신, 공과금, 보험, 학습지, 커피전문점, 놀이공원 등 할인 및 캐시백 서비스가 있어 본인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 이동 거리 마일리지를 쌓으려면 후불카드는 플라스틱 카드(실물)를 써야 한다. 모바일 캐시비, 원패스 앱 등 선불카드는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되지만, 삼성페이 교통카드에서 캐시비를 등록해 이용하면 마일리지 적립이 안 되니 유의해야 한다. 마일리지 적립금을 챙기려면 모바일 캐시비, 원패스 앱을 단독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선불형 모바일캐시비x알뜰교통카드는 모바일 캐시비 앱에 발급받은 모바일캐시비 선불형 카드번호를 알뜰교통카드 앱에 등록한 뒤, 대중교통 이용 시 스마트폰 뒷면을 요금 단말기에 대면 된다. 선불형 DGB유페이 원패스x알뜰교통카드는 원패스 앱과 알뜰교통카드 앱을 설치해, 원패스 회원가입 후 발급받은 카드번호를 알뜰교통카드 앱에 입력하면 된다. 애플 아이폰은 현재까지는 국내 NFC를 지원하지 않아, 안드로이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티머니 제로페이x알뜰교통카드는 서울시 정책 변경으로 신규가입이 중단됐다.

다만 알뜰교통카드는 스마트폰 알뜰교통카드 앱에 등본이나 초본을 올려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확인하는 등의 신청 절차와 앱을 켜 출발 버튼을 눌러야 하는 등 이용이 번거롭다는 불만도 있다. 이는 마일리지를 거주 중인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급하는 운영 구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타지역에서 이용하는 경우 마일리지는 쌓이지 않는다.

2018년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을 거쳐 출시된 이 카드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약 48만명이다. 올해 대상지역이 173개 시·군·구로 확대됐다. 올해부터는 알뜰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은 최대 50%까지, 청년층(만 19세~34세)은 최대 38%까지 교통비 절감 혜택을 받는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실행한 설문조사 결과, 알뜰교통카드 이용자들은 연간 교통비 지출액의 22.8%, 월평균 1만4172원(마일리지 적립액 9419원과 카드할인액 4753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중교통 소득공제 챙기고 택시비도 할인

이동 거리나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월 15회 미만이라면 알뜰교통카드보다 교통비 할인 혜택이 있는 다른 카드를 활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개인별 생활 패턴과 월 지출액을 점검해, 필요한 혜택이 많은 카드 하나를 택해 소비를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버스보다 택시 이용이 많은 직종이라면 택시비 할인 혜택이 큰 신용카드를 살펴볼 만하다.

하나카드 ‘클럽 프리미어호텔(CLUB Premier Hotel) 카드’의 경우, 전월 카드 아용 실적 50만원 이상인 경우 택시요금이 월 20% 할인된다. ‘신한카드 미스터 라이프(Mr. Life)’는 오후 9시~오전 9시 동안 택시비 10%를 할인해준다. 신한카드의 ‘딥드림(Deep Dream) 체크카드는 전월 카드 이용 실적이 20만원 이상인 경우 월 택시 이용한 횟수 3, 6, 9번째 1000원 할인된다.

‘KB국민 Easy All 티타늄 카드’는 대중교통 이용금액은 7%, 택시요금은 10% 할인되며 DIY모드를 활용해 두 영역을 집중 할인받을 경우 대중교통, 택시 영역 각각 최소 8000원~최대 2만4000원까지 할인된다. ‘신한카드 B.Big(삑)’은 전월실적에 따라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이용 금액을 일 200~600원 할인해준다. 택시/KTX 이용 금액은 대중교통 할인과 별개로 월 최대 1만5000원 할인된다.

‘NH농협 올바른 OIL&PASS’는 버스, 지하철, 택시, 철도 등 7% 할인해 월 최대 2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하나카드 하나 마이패스(my pass) 마패 카드’는 시내버스, 마을버스, 광역버스, 공항버스, 지하철, 철도, 공항철도 등 대중교통 20% 할인을 제공하며 최대 1만5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현금영수증·직불카드·선불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용 금액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 소득공제 한도는 100만원으로, 총급여액에 따른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한도와는 별개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