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투자 전문가들이 권한 올해 최고의 재테크는 채무 상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지속됐던 저금리 국면이 종식된 상황에서 매달 나가는 이자 상환액을 줄이는 게 가장 낫다는 얘기다.

만약 여윳돈이 있다면 정기 예금에 가입하는 게 가장 낫다고 이들은 권했다. 하지만 정기 예금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맞춰 투자 전략 또한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이내 단기예금이나 확정금리를 높게 주는 상품이 추천 대상이었다.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의 경우 대표적인 중위험·중금리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런데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 상품을 고르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뉴스

◇ 신용대출부터 갚아야…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되면 상환금액 높여라”

전문가들이 빚 갚기를 먼저 권하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는 게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 것이다. 백혜경 하나은행 영등포금융PB센터 팀장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윳돈이 생기면 이를 따로 굴리기보다 부채를 줄이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을 우선 상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순으로 대출 상환 우선순위를 정해 대출 원금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금 상환 일정을 조정해 상환액을 높이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출 상환 다음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재테크 수단은 정기예금이었다. 현재 정기 예금 금리는 연 4%대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이른바 배당주와 비교해 수익성 면에서 손색이 없을뿐더러 원금 손실 위험이 없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지난해 1월 정기 예금 금리가 1%대 초반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4배 정도 금리 수준이 높아진 셈”이라며 “정기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상품에 가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예금 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만기를 1년 이내로 짧게 가져갈 것을 권했다.

백 팀장은 “만기가 1년이 넘는 예금 상품 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3개월 또는 6개월 정도 되는 초단기 예금 상품이 수익률은 비슷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더 낫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 하락에 금융당국의 은행 예금 금리 경쟁 자제 권고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금리가 내려가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방망이’를 짧게 가져가다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멈췄을 때 장기 예금으로 ‘환승’할 것을 권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멈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점에 만기가 긴 고정금리 예금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윤 하나은행 서현역골드클럽 PB부장은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에서는 확정금리가 높은 상품을 장기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19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 ELS도 고려해볼 만… 옥석 가리기는 신경 써야

연 5%가 넘는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겐 ELS를 추천하는 의견이 많았다.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급락하지 않을 경우 확정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ELS 특성에 주목한 것이다.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ELS 상품들의 원금 손실 위험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게 ELS를 추천한 배경이기도 하다.

김현섭 센터장은 “기초자산이 현재 가격의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상품(낙인·Knock-In 50)이 유통되곤 하는데, 해당 상품의 경우 꽤 안전하게 연 8~10%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로 인한 주가 추가 하락 위험이다. 그래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가령 홍콩 항셍 지수에 연계된 ELS 등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홍콩 항셍지수와 연계된 ELS는 중국 경제가 금융 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상환 옵션이 붙은 상품에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백 팀장은 “ELS는 계약조건에 따라 보통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있다”며 “최근 경기 변동이 큰 상황에서는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보다 조기상환 확률이 높은 구조를 선택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보험 상품도 투자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민수 삼성생명 부산FP센터 프로는 “보험상품 금리는 은행보다 좀 더 늦게 움직인다”며 “지금 시점에서 5년 확정 연금보험 같이 확정금리를 보장해주는 보험 상품이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백 팀장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라면 5년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상품 등에 가입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장기간 가입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보험 상품은 10년 이상 장기 가입이 필요하고, 보험사가 투자 원금에서 사업비를 떼는 구조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