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간편결제서비스인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도입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사업의 최종 허가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가 지금껏 국내에서 애플페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전경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가능 여부에 대해 금융정책과·중소금융과·전자금융과 등 3개 부서가 합동으로 법률·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책과에서는 애플페이를 통한 국내 결제 정보가 해외 결제망으로 이전되는 것이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애플페이의 결제 방식은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가 제정한 시스템) 기반이다. EMV는 마스터, 비자 등 해외 신용카드 각각의 결제망에서 승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국내 결제 정보를 국외로 이전 승인하는 과정에서 신용정보 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소금융과는 애플페이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대형 가맹점 리베이트 조항에 대해 위법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필요한데, 카드사가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단말기를 보급하면 현행법상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전자금융과도 애플페이 결제 방식이 국내 전자금융거래 약관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이 없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애플 홈페이지

당초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지난해 말이나 늦어도 이달 초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페이의 국내 제휴사인 현대카드가 서비스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을 일찌감치 마친 데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5일 약관 심사를 끝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의 검토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애플페이는 사실상 이달 안에 서비스를 시작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별도의 결제 단말기를 갖출 필요 없이 국내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된 삼성페이와 달리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 “그동안 국내에서 애플페이와 유사한 서비스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검토를 언제 끝낼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금감원 약관 심사를 문제없이 통과했다는 점을 들어 시스템상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늦어도 올 1분기 안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금융위 허가가 나오는 즉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서비스를 NFC 단말기가 설치된 스타벅스, 코스트코 매장, 편의점 등 대형 가맹점에서 먼저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대카드와 애플코리아 측은 애플페이의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과 일정 등에 대해 아직 명확히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