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사업에서 경쟁하는 카카오와 토스가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두고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코인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허용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반면 토스는 전통적인 결제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28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15일 기존 은행 등에 한정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해 가상자산 항목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4개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업해 고객이 자산관리 서비스에 거래소 아이디를 연동하면 매입한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금융 관련 계열사들은 올 들어 가상자산 시장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윤호영 대표이사가 지난 5월 “고객들의 중요 자산 중 하나인 가상자산과 관련해 서비스나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코인원에 실명계좌를 지원하기로 했다. 코인원의 기존 업계 점유율은 약 5% 정도에 불과했지나,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협업에 나선 이후 신규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협업을 시작한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현재까지 총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코인원 외에도 여러 거래소들과 가상자산 관련 논의를 갖거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빗썸과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빗썸이 NH농협과의 실명계좌 계약 기간이 끝나면 카카오뱅크와 새로 계약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4년간 자회사를 통해 가상자산 분야에 활발히 진출해 왔다. 특히 2018년 블록체인 플랫폼인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자체 가상화폐인 ‘클레이튼’을 발행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크러스트는 올해 한국은행과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모의 실험을 진행하며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반면 토스는 가상자산 사업 진출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가상자산 사업에 섣불리 뛰어들기보다는 대출 중개 서비스, 결제 등 기존 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더욱 낫다는 판단에서다.

토스는 올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토스페이먼츠를 활성화시키는 등 여러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토스 제공

업계에서는 토스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수익성 강화를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토스증권과 토스페이먼츠 등 다름 금융 계열사들의 실적이 최근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 사업에 뛰어들기 보다 기존 사업들에서 수익을 최대한 내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올해 토스증권은 1년 9개월 만에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토스페이먼츠는 최근 월 거래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가상자산 시장이 아직 법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금융 당국 차원에서의 관리나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토스가 시장 진출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올 들어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자 피해를 낳은 루나 사태에 이어 최근 게임제작사인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가 유통량을 허위 공시해 거래소들로부터 상장 폐지 처분을 받았다. 최근 연이어 터진 사고와 악재로 가상자산 시장을 바라보는 금융 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토스가 굳이 부담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몇 년 전부터 블록체인 관련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가상자산 사업을 위한 기반을 갖춘 상황이지만, 토스는 관련 투자가 거의 없었다”며 “후발주자로서 무리하게 위험한 시장에 투자하기보다 전통적인 금융 산업에 집중하려는 게 토스의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