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 유통회사에 일하는 김동우씨(34)씨는 몇 달 전부터 무조건 월급의 절반을 저금한다. ‘OOO박스’라는 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제공하는 수시입출금통장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이른바 ‘파킹통장’이라 불리는 수시입출금통장은 연 2%대 이자가 하루 단위로 붙으면서 필요할 때 바로 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금융회사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신용카드 회사의 이벤트에 꼬박꼬박 참여해 현금성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벌충한다.

김씨가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맨 건 올해 초부터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대부분의 여윳돈을 집어넣었다. 가상자산을 매매하기 위해서 신용대출까지 받았을 정도다. 그런데 1500만원 가량을 집어넣은 가상자산은 지금 300만원 어치로 쪼그라들었다. 무리한 투자보다 ‘짠돌이’처럼 살면서 종잣돈을 모으는 게 낫겠다는 게 김씨의 판단이다.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쉽지 않을때 마다 주식과 가상자산 수익률을 본다”고 김씨는 말했다.

20~30대들 사이에서 이른바 ‘짠테크’가 확산되고 있다. 짠테크는 소비를 줄이고, 각종 금융상품이 제공하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고, 예금이나 적금을 활용해 고정금리 수익을 거두는 투자방식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여력을 모두 모아 투자에 나서는 ‘영끌’ 대신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한푼 두푼 돈을 모으는 행태가 각광받기 시작한 셈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치는 하락한 대신 예·적금 이자가 오른 게 투자행태 변화의 원인이다. 또 물가가 뛰면서 급여의 실질적인 가치가 줄어든 것도 또 다른 배경이다.

일러스트=손민균

◇ 신용카드 발급 28%·파킹통장 10배 증가

신용카드 갈아타기는 짠테크의 기본기로 통한다. 캐시백이나 포인트 등 가입 시 현금성 혜택을 주는 신용카드가 갈아타는 대상이다. 서울 장안동에 사는 강수현(33)씨는 이달 1년 전 해지한 신용카드 2개를 다시 발급했다. 혼자 사는 강씨는 평소 생활비로 100만원 정도를 사용한다. 다음 달부터 강씨는 새로 발급받은 카드로 생활비를 절반씩 나눠 쓸 예정이다. 강씨는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마다 매번 20만원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현재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는 자사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캐시백·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과거 6개월~1년간 카드결제 내역이 없는 고객이 새 카드를 발급받아 일정 금액 이상 쓰면 최대 20만원까지 캐시백을 제공한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은 최대 23만5000원의 현금이나 현금성 포인트를 돌려준다.

롯데카드의 ‘로카 라이킷’ 시리즈는 1분기 대비 2분기 월평균 발급량이 23.8% 증가했다. 2030이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2분기 제휴 신용카드 발급 실적은 누적 47만 장으로 지난해 말보다 28% 늘었다.

파킹통장이라 불리는 저축은행이나 인터넷뱅크의 수시입출금식 통장도 인기다. 최강진씨(27)는 여유자금이 있으면 무조건 파킹통장에 넣는다. “지금 670만원 정도 넣어뒀는데 하루에 317원, 한달에 1만원 정도 이자를 받습니다”라며 “요즘 같은 시대에 1만원이라도 바로바로 통장에 찍히는 게 어디인가 싶다”고 최씨는 말했다.

토스의 파킹통장 서비스는 6월 말 현재 가입자가 150만명에 달한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파킹통장 금리를 연 1.3%에서 연 2.1%로 0.8%포인트(p) 올렸는데, 한 달 새 1조원 가량이 몰렸다.

한 직장인이 걸음 수에 따라 캐시를 받을 수 있는 한 모바일 앱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 재테크 커뮤니티 통해 ‘짠테크’ 팁 공유

금융회사가 고객 유치를 위해 실시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도 인기다. 금융사들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나 특정 서비스 가입자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소액 지급하는 이벤트를 하는데, 이를 활용해 용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유정(24)씨는 아침마다 은행 앱에 접속한다. 출석체크 이벤트에 참여하면 하루 최대 100포인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하루 10초만 투자해도 한 달이면 커피값(3000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2명 중 1명은 앱테크를 활용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달 발간한 ‘2022 MZ세대 투자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가 해본 재테크 및 투자법으로 예·적금(64%)이 가장 많았고, 주식(54%)에 이어 앱테크(53%)가 3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짠테크 정보를 공유·활용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최강진씨는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를 통해 카드사 캐시백 이벤트 일정을 확인한다. 최씨는 “혜택이 좋은 캐시백 이벤트가 뜨면 카드를 바꾼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앱들이 제공하는 포인트 지급 현황이나 퀴즈 이벤트 답변 정보도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공유된다.

◇ 고금리에 ‘영끌’ 아닌 ‘짠테크’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2030의 재테크 투자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년간 저금리 시대에는 ‘영끌’해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증시 상황이 나빠지자 2030이 ‘짠테크’를 한다는 것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8월 5일 최고가(3296.17)를 찍은 이후 현재 2508.05(18일 기준)로 23.91% 가까이 떨어졌다. 가상자산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은 올 상반기에만 60% 가까이 하락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는 고위험자산은 수익률이 나쁘니 짠테크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2030세대는 비대면 금융에 친숙한 만큼 은행 앱을 통해 예·적금 상품을 찾거나 앱테크를 통한 짠테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