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영씨는 2008년부터 10년간 통신 대기업 A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그는 지난 2019년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 토스의 사업전략팀을 책임지는 프로덕트 오너(PO)로 입사했다.
장씨는 팀원 4명과 함께 보험설계사 영업을 지원하는 신규 사업을 발굴했고 ‘토스보험파트너’ 앱을 출시했다. 일반적인 대기업이었다면 6개월 이상 걸릴 프로젝트였지만, ‘소수정예’로 시간과 절차를 단축하는 이점을 살려 불과 일주일 만에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토스보험파트너 앱은 2년 만에 설계사 13만명이 사용하는 앱으로 성장했다.

최근 장씨 사례와 같이 프로덕트 오너나 프로덕트 매니저(PM)의 채용을 확대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늘고 있다. 부르는 용어는 다르지만, 모두 소규모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개발과 서비스 출시까지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책임져 회사 안에서 이른바 ‘미니 CEO’로도 불린다.

일러스트=이은현

9일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토스는 최근 ‘넥스트 PO’ 채용에 나섰다. 토스는 차기 PO를 전략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토스 전 계열사에서 PO는 약 50명으로 지난 2020년 6월 말(19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토스 관계자는 “PO를 뽑는다는 것은 ‘사내 스타트업’의 대표를 뽑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소 규모 사업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주도형 인재를 키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토스는 올해 하반기에도 10명 정도의 PO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핀테크 사들이 PO, PM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개발, 사업 등 조직 간의 협업 및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함이다. 스타트업 특성상 소통 능력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PO와 PM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 유기적인 소통을 이뤄가겠다는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업체들의 경우, 진행하는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많아 PO, PM을 통해 업무 효율성 등을 높이는 데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377300) 역시 PM 채용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지난해 두 자리 수 PM을 채용한 데에 이어 올해 역시 비슷한 규모의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최근 자회사들의 규모가 커지고 진행할 사업들이 많아 PM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핀테크 회사들도 ‘미니 CEO’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올해 정식 출범 1주년을 앞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옛 P2P)이 대표적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 피플펀드는 개발자 6명당 1명 정도의 PO를 두고 있다. 최근 입사한 PO 중에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법인 사업자와 글로벌 컨설팅펌 출신의 인력도 포함돼 있다. 또 렌딧 역시 PO와 같은 업무를 담당할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산하면서 핀테크 업체들의 성장도 계속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핀테크 분야에서 다양한 신사업 발굴을 담당할 PO와 PM의 비중도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