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편결제업계 1, 2위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가 결제액 규모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간편결제시장이 아직 성장 초기인 만큼, 결제액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이용자 수가 곧 시장 선점 및 기업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최근 잇달아 각각 월간 이용액과 거래액을 공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먼저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5월 한 달 동안 네이버페이 이용액이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박상진 대표 선임 이후 네이버파이낸셜이 처음으로 연 공식 기자간담회였던 만큼, 성과 공개에 의의를 두었다는 평이 나왔다.

박상진(왼쪽)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각 사 제공

다음날인 15일에는 카카오페이가 비슷한 수치를 발표했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5월 한 달간 주식 거래액을 제외한 월간 거래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분사 이듬해인 2018년 3월 처음으로 월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4년 만에 10배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성장한 간편결제시장 선점을 놓고 두 업체의 경쟁이 불이 붙었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간편결제 플랫폼의 영향력은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 거래를 하고 있느냐에 달렸기에 거래액 지표는 곧 기업의 매출 등 성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면서 “사실상 영업기밀인 이 수치를 경쟁업체가 하루 차이로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별로 거래액을 산정하는 지표가 각각 다르다. 각 회사에 유리한 수치를 끌어내기 위함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이용액’을 공개했는데, 이는 송금액 등을 뺀 순수 온·오프라인 간편결제 이용액만을 산정한 것이다. 반면 카카오페이가 공개하는 ‘거래액’은 주식 거래를 제외한 결제·송금·대출중개 등 플랫폼 안에서 거래되는 모든 금액을 의미한다.

산정 기준에서 주목할 부분은 송금액이다. 송금서비스는 고객을 유치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거래액 대비 매출 발생 효과가 크지 않아 수익성이 좋지 않다. 그런데 카카오페이의 경우 전체 거래액에서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보니 이를 포함해 수치를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2~3년간 온라인결제가 급증하면서 송금 비중이 작아지고 있다는 게 카카오페이 측의 설명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실제로 이들 업체의 순수 간편결제액을 놓고 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에서 결제된 금액(선불전자지급수단·계좌이체 포함)은 44조188억원에 달했다. 결제 건수는 11억9300만건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에서 결제된 금액은 17조4536억원, 결제 건수는 9억700만건이다.

양사는 매출 구조 특성에 맞게 간편결제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달리 카카오페이는 2156만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앞세워 직접 금융 플랫폼이 돼 혁신금융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