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지급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을 일률적으로 입원치료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환자의 개별 조건을 고려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리적 판단이 나오면서 실손보험 누수의 주원인인 백내장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깐깐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보험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재판에서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B씨는 백내장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A보험사 측은 통원치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B씨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가입한 보험은 백내장 입원치료 시 입원 의료비 5000만원 한도가 적용되지만, 통원치료일 경우 25만원 한도가 적용된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백내장 수술에 대해 통원치료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손보험 약관상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통원치료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백내장 수술 시 일률적으로 입원치료로 인정하지 않고 환자의 개별 치료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돼 대부분 입원치료로 인정됐다. 포괄수가제란 검사, 처치, 진단 등 의료 행위를 세분해 진료비를 매기는 대신 한 질환에 필요한 여러 치료 항목을 묶어 진료비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보험업계는 대법원의 판결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백내장 수술을 받을 시 입원치료 보장한도로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백내장 수술을 받더라도 실손보험에서 수술비 전액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타지 못하고 환자가 직접 수술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미 일부 의료진의 과잉진료에 따른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과다 지급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왔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로 지급된 생·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올해 1분기 45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0%였지만, 올해 1분기 들어 17%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백내장 진단에 관한 근거자료 증빙 요구를 강화하는 등 보험금 지급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보험사들이 심사기준에 입원치료의 적정성까지 포함할 것으로 보여 백내장 수술로 보험금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 행태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지급을 100% 담보할 수 없으므로 병원은 고가의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을 쉽게 권유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입원치료의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입원 치료 시술 권유 사례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들이 이번 판례를 근거로 실질적인 입원치료가 필요한 백내장 수술 환자에 대한 입원치료 인정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가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한 이후 보험사와 가입자간 분쟁은 크게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입원치료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