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에 빠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 연구위원은 5일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에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4%가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만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0년대와 달리 현재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놨다.

또 물가 상승 정도 역시 이전보다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단기간에 걸쳐 4배씩 올랐던 과거 석유 파동기에 비해 현재 유가 상승 폭이 양호한 수준이고, 원유 가격 역시 실질가격 기준으로 1980년이나 2008년 대비 3분의 2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연구원은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당국이 강력한 통화 긴축정책을 사용하겠지만, 이에 따른 경기 둔화는 인플레이션과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시민들이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있다. /뉴스1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5%를 상회하면 긴축정책이 시행됐다. 미국발 긴축정책 시행 이후 4분기 이내 경기침체가 발생한 경우는 45%, 8분기 이내 경기 침체가 발생한 경우는 62%였다.

장 연구위원은 “현재 잠재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는 실물 경제는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 불황은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당국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해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과거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을 증대시키게 된다”면서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기보다는 먼저 빠르게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연구위원은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정책당국의 물가안정 의지를 희석해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고 경기 둔화 때 대응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구조개혁, 정책당국 간 긴밀한 협조 등을 바탕으로 경기 불황에 대한 비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