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변동금리’의 역습이 시작됐다.

26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은행도 예·적금(수신) 금리 상향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22개의 정기예금과 16개의 적금 금리를 27일부터 최대 0.40%p 인상한다. NH농협은행도 오는 30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p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수신 금리 인상 폭과 적용 시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존 1.50%였던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인상된 건 약 15년만이다. /연합뉴스

수신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서 대출금리도 오른다. 한은이 지난해 8월 이후 이날까지 5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은행권 여·수신 금리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해서 산출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르고,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올리더라도 여신 자금 조달 비용이 늘면서 여신금리도 오르는 식으로 연쇄적으로 금리 상승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느끼는 이자 압박도 강해질 전망이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변동형 대출은 고정형 대출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지만,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면서 이자율이 오르고 있다.

전체 은행권 대출 시장에서 ‘변동금리 대출’ 차주 비중이 3월말 기준 77%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차주가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작년 8월 이후 최근 약 9개월 기준금리는 0.5%에서 1.75%로 1.25%p나 뛰었다. 앞서 한은이 내놓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분석을 토대로 추산하면, 지난 9개월간 1.25%p 인상으로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80만5000원이 된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이미 최고 상단이 연 6%를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4.02~6.59% 수준으로, 작년 말(3.6∼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여 사이 상단이 1.612%p 올랐다. 업계에서는 연내 주담대 금리가 최고 상단이 7%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적용받는 평균 금리도 연 5%를 넘어섰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약 1259조원으로, 이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58.7%인 738조20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이 코로나 시대 유동성 잔치를 벌인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 침체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과 함께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투자한 영끌족의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재석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도 기준금리를 2%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잔액 대출 금리는 4%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면서 “이는 6개월~1년 만에 이자 부담이 40% 이상 증가하는 것이라 기존 대출자 입장에서 볼 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이 신규 대출 금리 상승을 유도하고 부동산 투자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은행 관계자도 “차주별 DSR 규제(1금융권 40%)가 오는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 초과까지 확대될 예정이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구입 자금 조달 이자(대출이자)도 높아지고 있어 주담대 수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금리 인상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부채를 줄이거나 좀 더 이자율이 높은 예·적금 상품을 찾아 현금을 보유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