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최대 매물’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롯데카드는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경쟁사들을 제치고 순위도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롯데카드의 속내는 복잡하다. 새 주인을 찾는 과정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표를 감안해도 원체 몸값이 비싸게 책정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자금) 감소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싸늘해진 것도 롯데카드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18일 롯데카드는 지난 1분기 874억원의 당기순이익(별도)을 거둬 전년대비 81.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결 지배기업주주지분 기준 당기순이익은 81.0% 늘어난 914억원이다.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만 따지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1759억원)와 2위 삼성카드(1608억원), 3위 KB국민카드(1189억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7.8%)이 전업 카드사 가운데 막내에 해당하는 7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장사를 잘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PE)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위해 무리해서 회원을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주요 건전성 지표는 이전보다 나아졌다. 롯데카드의 1개월 이상 실질연체율은 1.0%로, 2018년 이후 매년 낮아지고 있다. 카드업계 평균 1.1%와 비교해도 0.1%포인트(p) 낮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부실 위험이 낮은 신용판매 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라 건전성 면에서 살펴봐도 우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렇게 우수한 실적에도 정작 롯데카드 매각전(戰)은 갈수록 흥행 동력을 잃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파이낸싱(자금조달)을 해서 투자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올해처럼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보유한 기업들의 금융비용이 일제히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엑시트) 차원에서라도 내놓은 매물은 어떻게든 처분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인수자 입장에서는 가격 조정에 나설 힘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개발원 관계자 역시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가계대출 부실 관련 규제 강화, 조달금리 상승처럼 올해 카드업계가 감안해야 할 변수가 여러 방면에 걸쳐 지난해보다 많은 편”이라며 “지난해까지 인수합병 시장 추세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웃돈을 주고라도 사오자’였다면 올해는 인수자금을 끌어오기가 어려워진 만큼 가치평가에 박해진 편”이라고 전했다.

MBK는 2019년 5월에 롯데카드를 1조3810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투자은행(IB)업계는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롯데카드 희망 매각가를 3조원이라고 예측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여전히 증권사가 우선’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 우리은행이 지난 2019년 롯데카드 20% 지분을 구매해 롯데카드 인수 시 우선검토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지난달 22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증권사가 그룹 시너지를 내기에 가장 크고, 벤처캐피탈(VC)도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M&A) 우선해 고려하고 있다”며 “(롯데카드는) 현재 인수협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유력후보 KT 역시 최근 MBK파트너스와 만났지만, 두 회사가 생각하는 적정 인수가에 차이가 커 긍정적인 논의는 오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BC카드 지분 69.54%를 가진 최대주주다.

3년 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와 맞수였던 하나금융지주는 인수의지가 예전과 같지 않다. 그 사이 가격은 두 배 넘게 뛰었지만, 카드업계 사정은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