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사정으로 러시아 송금 지원이 중단됩니다.”
국내 대표 해외 송금 플랫폼인 ‘센트비’와 ‘한패스’ 고객 상담 내용
“달러가 씨가 마르다 보니, 현지 은행들이 대부분 달러 환전이나 인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최근 모스크바 식당이나 상점에서 비자 혹은 마스터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러시아 은행 간 송금이 일부 막히면서 해외 송금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송금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핀테크 앱들마저 러시아로의 송금 서비스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아직 막히지 않은 앱을 통해 송금에 성공하더라도 러시아 전역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만큼, 러시아 체류자들의 현금 인출이나 환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비자·마스터카드 등 카드 사용이 불가한 상점과 식당들도 늘고 있다.

한 시민이 1일(현지 시각) 러시아 옴스크의 한 카페에서 결제를 하기 위해 모바일 지갑을 사용하고 있다. 현지 일부 식당과 상점 등에선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증언이 줄잇고 있다. /로이터

2일 금융업계와 러시아 현지 유학생들에 따르면, 러시아 송금 서비스를 지원해 온 국내 해외 송금 플랫폼 ‘한패스’(HANPASS)와 ‘센트비’(SENTBE)는 현재 한국에서 러시아 루블(RUB)화로 돈을 보내는 기능이 막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한패스의 경우 러시아에서 현지 통화가 아닌 미국 달러(USD)화로 송금받는 것은 일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패스와 센트비 측은 모두 “현지 사정으로 러시아 송금 지원이 중단된다”며 “루블 송금이 재개되는 시점은 기약이 없어, 가능한 때 따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금이 도중에 취소된 건은 환불도 진행 중이다.

한패스·센트비는 러시아 유학생이나 교환학생뿐 아니라,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 등이 한국에서 러시아로 돈을 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앱 중 하나로 꼽힌다. 한화 송금액을 넣으면 환율이 바로 적용되고, 일정 수수료를 붙여 최소 1~5분 만에 러시아 현지에 루블화로 보내지는 식이다.

러시아 루블화 송금이 가능한 국내 핀테크 앱으로는 이외에도 이나인페이(e9pay),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GME) 등이 있다. 이들 업체의 경우 현재는 러시아로 루블화·달러화 송금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송금이 언제 막힐지 모른다”며 “중단 시 별도 공지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러시아 서비스가 지원돼 온 국내·외 해외 송금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들의 모습.

글로벌 송금 핀테크 앱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 최대 해외 송금 기업인 웨스턴유니온(WU·Western Union)을 비롯해 미국의 레미틀리(Remitly), 영국의 와이즈(wise) 중에서 와이즈와 레미틀리는 일찍이 러시아 송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로이터 보도를 인용하면 와이즈 측 관계자는 “러-우크라 갈등 초기 러시아로의 일일 송금액을 200파운드(약 32만원)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가,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안 발표 이후 러시아 송금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러시아 서비스가 막히지 않은 웨스턴유니온 등 일부 앱을 통해 송금이 이뤄지더라도, 현지에서 달러 인출이나 환전이 어려워 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웨스턴유니온으로 송금 시 달러로 수령하는 것만이 가능한데, 러시아 현지 은행들은 달러 내주기를 거부하고 있다. 웨스턴유니온은 KB국민은행·카카오뱅크 등 국내 은행과도 제휴를 맺고 같은 서비스를 제공 중이어서 많은 현지 유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러시아 시민들이 대형 국영 은행 스베르방크 현금인출기(ATM)에 몰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지 유학생 A씨는 “(웨스턴유니온을 통해 송금이 이뤄져서) ‘수취 대기’는 되는 것으로 뜨는데, 달러가 씨가 마르다 보니 은행들이 환전과 인출을 거부하고 있고, 루블로만 수령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러시아 국책은행) VTB 같은 일부 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서도 인출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코인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러시아 사용자 주소’를 차단해 달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는데, 이것이 러시아 측에 일종의 호재로 작용했다. 러시아발 암호화폐 수요가 급격히 늘자 비트코인은 이틀째 폭등하고 있다.

러시아 송금 서비스를 지원해 온 국내 대표 해외 송금 플랫폼 '센트비’(SENTBE)에서 2일 러시아로의 송금이 모두 차단된 모습(왼쪽)과 "현지 사정으로 러시아 송금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고 안내하는 고객 센터 상담 내용. /센트비 캡처·러시아 현지 유학생 제공

러시아 현지에서의 카드 결제도 차질을 빚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러시아 금융기관들과의 결제 망을 차단했고, 비자도 대(對) 러시아 제재 명단에 오른 기관과 개인들을 결제 망에서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카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비자나 마스터카드 쪽에서 이와 관련한 별도의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다”고 일축했으나, 현지에서의 불편함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두 달째 체류 중이라는 유학생 B씨는 “모스크바에서 비자 혹은 마스터카드를 사용할 때 불편함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최근 며칠 사이 식당이나 상점에서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생겨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등에 이런 어려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의 중이나 ‘가이드라인에 대해 회의 중이라 답변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돌아오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국내 시중은행을 통한 러시아 송금은 일찍이 제한됐다. 국내 은행들은 현재 미국의 특별 지정 제재 대상(SDN·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And Blocked Persons List)에 오른 개인이나 기업·은행들과의 외환 거래를 선제적으로 중단하고 나섰다.

Sberbank, VEB, PSB, VTB, Otkritie, Sovcom, Novikom 및 관련 자회사 등 7개 러시아 은행이 우선 제재 대상이다. 여기에 서방 동맹국들이 합의한 ‘러시아 스위프트 퇴출’이 시행에 옮겨지면, 앞으로 거래 중단 대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