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와 카카오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업에 뛰어든 국내 핀테크 대표주자들이 동남아 등 해외 금융 시장 진출을 위한 페달을 밝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이 결국 시장 규모가 한정된 국내에서의 성장 한계를 뛰어넘고, 기업가치를 키울 열쇠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정다운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토스, 네이버 등은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외 진출 계획을 시사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가진 비대면 모바일 기술이 해외 진출에 가장 큰 자산이며 우리나라 금융 기술 역량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윤 대표의 해외 진출 계획에 관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도 “과거 아시아권 몇 개 기업이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모바일 뱅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으나 당시 자본 한계와 국내 비즈니스 집중 등의 이유로 어려웠다”면서 “기업 공개(IPO)로 자본이 확충돼 기회가 다시 찾아오면 적극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윤 대표의 해외 진출 계획에 관한 공식 입장에 좀 더 힘이 실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아직까지 대상 국가와 시점, 진출 형태 등 구체적인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윤 대표는 “각 나라의 금융 산업 환경이 달라, 어느 나라에 어떤 식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이 자리(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이 카카오뱅크의 첫 해외 진출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국내 금융사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 브랜드와 기술,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모바일 이용 이해도가 높은 만 20~39세가 전체 인구에 32.5%에 달해 모바일 금융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설명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카카오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국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는 “카카오뱅크는 IPO를 통해 모은 22억달러 규모의 자금 중 일부를 금융기술 연구개발(R&D)과 핀테크 기업 인수합병(M&A),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 등에 쓸 것이라고 했다”라며 “카카오톡의 점유율이 비교적 높은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해외 진출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토스는 올해 싱가포르에 글로벌 헤드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토스는 이미 토스베트남법인을 설립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있다. ‘만보기형 리워드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선불카드, 보험·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추가하며 금융 슈퍼앱 강화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지 베트남국제은행(VIB)과 제휴해 신용카드와 소액단기대출 서비스도 출시했다. 베트남에 이어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인도에서도 만보기형 리워드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라인(Line)의 점유율이 높은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고 아시아권 디지털 금융 시장에 진출해 있다. 태국에서 라인이 모바일 메신저 1위 업체로 올라선 이후, 태국 상업은행인 카시콘은행과 손잡고 은행서비스업으로 확대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KEB하나은행인도네시아와 협력해 인터넷은행을 세웠다.

지난해 2월 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운영 라이선스를 획득해, 공식 출범한 대만 라인뱅크는 예금, 송금, 체크카드 발급, 개인 신용대출 등 소매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만 라인뱅크의 주요 주주는 라인뱅크와 타이베이 푸본은행·CTBC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타이완 유니온은행 등이다.

시장에서는 금융과 빅테크의 결합으로 급성장한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사와 기업에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한편,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게 해외 진출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는 보고서를 통해 “해외에서 카카오톡의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진출 이후 실제 수익을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수익화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차량호출서비스 강자인 그랩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기반으로 배달, 결제, 보험, 대출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금융 서비스업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라며 “결국 해외 시장에서도 고객 확보와 마케팅 전략이 가장 중요한데 글로벌 업체들과의 자본력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