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공교육이 등교 중단과 비대면 수업 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시장만큼은 코로나에도 아랑곳 않고 성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 공백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9일 KB국민카드의 개방형 데이터 비지니스 플랫폼 데이터루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첫 해였던 2019년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교육부문 지출은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4차 유행 시기(2021년 7~10월)에 속하는 지난해 8월, 한달 동안 전국 교육업종에서 KB국민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살펴보면 2020년 같은 기간보다 5.7%가 증가한 294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6월 2648억원보다도 300억원(11%)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교육업종 결제액은 6월 2648억원에서 7월 2697억원, 8월 2947억원으로 매달 서서히 늘었다.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8% 증가했다.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발 1·2차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 상반기 교육업종 결제액은 강도높은 영업 중단 여파로 2019년 상반기보다 17.3% 급감했다. 집합 금지로 영업이 중단된 시기에 많은 학부모들이 학원 대신 과외로 방향을 틀었고, 집합 금지가 풀린 이후에도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학원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사교육 시장을 되살린 주인공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이 자리잡은 강남구다. 강남구는 입시학원 관련 매출에서 전년보다 두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후 종합 학원들이 부분적으로 수업을 정상화하고, 이전에 손대지 않았던 온라인 수업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교습 방식을 다각화하자 매출이 크게 나아졌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서울 기준 교육부문 매출액이 높은 지역은 강남·서초·양천·송파·노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강남구 입시학원들 결제 금액(603억원)은 양천구(254억원)와 서초구(156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목동이 중심인 양천구나 상계동을 둘러싸고 형성된 노원구 일대 학원가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고소득 3040 세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며 “이들 중에 ‘유치원이나 초등 교육은 집 근처 학원에 보내더라도 입시 교육만큼은 대치동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 학원가 결제액의 절반 이상(56.2%)은 서울 비(非)강남권이나 지방에서 자녀를 대치동 학원으로 보내는 ‘원정족’들의 지갑에서 나왔다. 반면 양천구나 노원구 학원에서 타 지역 거주자가 학원비를 결제한 비중은 30%에 못 미쳤다.

반면 양천구는 입시학원 외에도 유아교육이나 외국어와 예·체능 관련 학원비 지출이 눈에 띄게 높았다. 강남과 서초 지역은 중·고등학생 이상에 대한 학원 수요가 많은 반면, 양천구 일대는 어린 자녀에 대한 교육 수요가 많다는 반증이다.

그 밖에 ‘학원비’ 자체가 높은 곳은 서초구로 집계됐다. 서초구는 종합학원을 포함한 지난해 상반기 평균 학원비가 40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용산구(39만원) 관악구(33만5000원) 양천구(31만7000원) 마포구(31만5000원) 순이었다.

서울시 전체로 확대할 경우 지난해 상반기 학원의 건당 매출은 19만428만원으로 집계됐다. 건당 매출액이 최대 상승한 곳은 용산구로 전년(9만3000원)에서 39만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용산구는 한남동, 이촌동 등 부촌을 중심으로 영어 유치원 등 영어교육 수요가 늘면서, 영어학원 매출이 1년 새 77%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