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프리미어마일 카드 단종 막차 탔어요!”
“씨티카드 추발(추가발급) 성공했습니다.”
“씨티카드 고민말고 한도 상향해야 하나요?”

최근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서 씨티은행 카드 발급 관련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씨티카드를 포함한 소비자금융 부문을 단계적 폐지(청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다음달 15일까지인 씨티카드 발급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일부 금융 소비자들이 씨티카드를 새로 발급 받기 위해 나서는 양상이다.

올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전후해 나온 주요 전업 카드사 카드 상품들은 주요 혜택이 대폭 줄어든 반면, 이미 철수를 눈 앞에 둔 씨티카드는 이미 있던 소위 ‘알짜카드’들 혜택을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이른바 ‘혜자(비용에 비해 혜택이 많다는 의미)’ 카드 상품이 된 셈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카드는 이달 중순 내놓은 소비자 보호 계획에서 오는 9월까지 카드 유효 기간이 만료되는 회원이나, 유효 기간이 남았더라도 오는 9월까지 갱신 신청을 하는 회원은 기존과 동일하게 카드 사용 유효 기간을 5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 이후에 카드 갱신을 신청하게 되면 신청 시기와 관계 없이 유효 기간은 2027년 9월 말까지로 제한한다.

씨티카드가 밝힌 신규 카드 발급 마감 기한은 다음 달 15일까지다. 이 기간 안에 카드를 신청하면 앞으로 5년 6개월 동안은 신용카드 포인트를 포함한 혜택을 지금처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씨티카드 관계자는 “소비자 금융 폐지 수순과 상관없이 기존 소비자들과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당연히 모든 약관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고, 그때까지 금융 서비스도 차질 없이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신금융업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으로 씨티은행 점유율은 약 1%에 그친다. 2020년 기준 씨티카드의 신용카드 구매실적은 6조8274억원으로 국내 전체 신용카드 구매실적 705조3000억원 대비 1%에 조금 못 미쳤다. 시장 비중으로 보면 씨티카드가 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지극히 미미하다.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씨티카드는 철수 이전에도 일정 분야에서 혜택이 좋기로 소문난 알짜 카드들로 특정 소비자 층에게 사랑을 받았다. 씨티카드의 주력 상품 가운데 ‘씨티 프리미어마일’ 카드는 연회비가 12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임에도 한때 마일리지 카드 가운데 결제액 1·2위를 다퉜다. 이 카드는 적립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따로 없다. 대부분 카드사가 적립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해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카드로 모은 마일리지는 국적 항공사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 50개 이상 항공사에서 쓸 수 있어 해외여행이나 해외 출장이 잦은 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씨티 리워드 카드는 연회비가 1만원(국내외 겸용)에 그치는 저렴한 카드 상품 임에도, 대부분 카드사에서 인정하지 않는 상품권이나 기프트카드 구매 금액까지 전월 실적으로 받아주는 피킹률(카드 사용액 대비 실제로 받은 혜택의 비율) 높은 카드로 꼽혔다. 이 카드는 적립한 포인트로 국세나 지방세, 전기세까지 낼 수 있어 카드 사용액이 높은 사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밖에도 신세계 씨티카드 콰트로, 씨티 클리어 카드 등이 씨티카드의 ‘히트 상품’으로 꼽혔다. 이들 카드는 국내 전용 카드의 경우 연회비가 각각 2000원과 4000원에 그친다. 최소 1만원 안팎인 다른 전업 카드사 연회비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다.

막판 발급 수요 역시 이런 베스트셀러 카드로 몰리는 분위기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대다수 카드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할인·적립 인심이 후한 카드들을 줄줄이 단종시켰는데, 정작 카드 사업을 접는 씨티카드는 기존 카드에 혜택을 더하고 있다”며 “씨티 캐시백 카드 같은 경우, 발급 마감을 앞두고 간편결제와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특별 적립 혜택을 추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미 청산을 결정한 씨티카드 입장에서는 막판 가입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딱히 반갑지만은 않다. 이미 매각이 실패한 상황에서 뒤늦은 가입자 증가는 유지 비용과 사업 철수 비용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과 카드업계 관계자들 역시 일부 알뜰 카드 이용자들 얘기에 섣불리 휩쓸려 일반 금융 소비자가 안 쓰던 씨티카드를 불필요하게 발급 받을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씨티카드는 앞으로 다른 카드사들이 진행하는 각종 청구할인 이벤트나 쇼핑몰·사이트 할인 프로모션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 최근 전업 카드사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마이데이터를 포함해, 새로운 디지털 뱅킹 관련 혁신 기술 역시 어플리케이션(앱)에 구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국가 단위 사업에서도 씨티카드는 배제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정부가 전 국민 88%에 지급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사업에도 씨티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개인 금융 정보 가치가 높고, 금융사들이 관련 정보를 의욕적으로 모을 때 꾸준히 관련 정보를 쌓아나가야 합리적인 소비 생활을 하는 데 더 세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곧 철수할 카드사에 묶여서 5년 후를 걱정하기 보다, 사업을 이어나갈 다른 카드사를 쓰면서 우수 이용자 혜택을 장기적으로 누리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