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한 직장인 김 모(33)씨는 최근 대출 만기를 연장했다가 크게 놀랐다. 작년 2%대였던 연 이자율이 5%가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2배가 되니 금리 인상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면서 “부랴부랴 대환대출을 통해 이자율을 낮춰보려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에 사는 홍 모(34)씨는 지난 25일 한 시중 은행으로 받은 대출 금리 통보 문자를 받고 대출 연장과 상환을 놓고 고민이 커졌다. 작년 7월 만해도 2.59%였던 이자율이 이달 들어 3.29%로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달 만기를 앞둔 대출을 연장할 계획이었으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은행권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대출 연장을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파르게 뛰는 금리 탓이 크다. 업계에서는 대출을 끌어모아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던 작년과 달리, 투기수요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신용대출 한도도 개인 연소득 범위 안에서만 취급함에 따라 신용대출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일환으로 축소했던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 복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먼저 대출 한도를 복원시켰다. 하나은행은 지난 25일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억5000만원(연소득 범위 내)으로 상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이너스통장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26일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비거치식 장기 분할 상환대출 여부(0.1%포인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수치(0.1~0.2%포인트)에 따라 최대 0.3%포인트 우대금리를 부여했다. 우대금리는 최고 연 1.50%포인트다.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려면 신용카드 이용실적, 아파트 관리비 등 자동이체 실적, 급여이체 실적, 예금 실적, 부동산 전자 계약 등의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신용등급 3등급 차주가 혼합형 주담대(금융채 5년)를 받는 경우 전날 기준 최저 금리는 4.07%, 최고 금리는 5.27%다. 대출기간 30년, 비거치식 분할 상환한다는 조건에서다. 변동형 KB주담대(신규코픽스 6개월·신잔액 코픽스 6개월 기준)의 연이율은 최저 3.73%~최고 5.23%다. 금융채5년 기준으로는 4.07%~ 5.27%, 신잔액 코픽스 12개월 기준으로는 3.73%~5.24%다. 대출금리는 코픽스·금융채 등 지표금리에 은행들이 자체 평가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식이다.

은행권 전반이 한시적으로 묶었던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가 다시 복원함에 따라 대출 실수요의 시름은 작년 연말보다는 다소 덜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대출금리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은행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소리와 함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를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금리 정책에 영향을 주는 미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가 관건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기준금리를 4~5차례까지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연준이 0.25%포인트씩 4회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그쳐, 40년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것이란 분석에 근거한 조처다.

미국 움직임을 살펴보던 한국은행도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p 올리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000억원 감소한 1060조700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