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나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60대 이상의 생명 보험 가입은 늘어난 반면 30·40대의 가입은 줄어들었다.

10일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30대의 개인형 생명보험 신규계약 건수는 7.2% 감소했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은 19.8% 늘었다.

그래픽=이은현

2019년 기준으로 개인형 생명보험 보유계약 기준 연령별 비중은 50대가 31.0%로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27.6%), 60세 이상(23.1%), 30대(16.8%), 30세 미만(1.6%) 순으로 집계됐다.

장기손해보험의 경우도 비슷했다. 장기손해보험 신계약 건수 중 30대는 0.5% 늘어난 반면, 60세 이상은 20.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기준 장기손해보험 계약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4%로 2010년 대비 8.1%포인트(p)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17.4%로 12.2%p 증가했다.

보험가입자 평균 연령 역시 올랐다. 개인형 생명보험 경우 2010년 38.3세에서 2019년 46세로, 장기손해보험은 38세에서 43.7세로 늘었다.

그래픽=이은현

전문가들은 높아지는 가입 연령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인구 변화를 꼽았다. 사망률 감소, 비혼, 저출산과 같은 변화가 30대와 40대의 생명·장기손실보험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혼과 저출생 현상은 본인 사망으로 인한 유가족의 안정적 생활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종신보험 등 사망보험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켰다”고 성명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30대 미혼 비중은 2020년 기준 42.5%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13.3%p 늘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정을 꾸리지 않고 홀로 잘 살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예전과 달리 생명보험에 대한 인기가 시들하다”며 “특히 ‘죽고 나면 끝인데, 그때 돈 받아도 필요 없다’라는 생각이 사망 보험에 대해 반감을 갖게 하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 관련 보험에 대한 가입률은 올라가고 있다. 2019년 30대의 건강보험·간병보험 등 신규 가입은 10년 전보다 32.2%, 101.3% 늘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역시 각각 134.9%, 41.6% 증가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 연령을 확대하거나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 판매된 실버보험상품의 가입연령은 최대 80세로 제한했으나,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생명보험 질병보험상품 중 80세 이상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전체 상품의 약 20% 규모로 늘었다.

그래픽=이은현

보장성 보험상품의 경우는 보험금을 받는 시기에 따른 ‘연(年) 만기 상품’과 나이에 따른 ‘세(歲) 만기 상품’으로 구분되는데, 최근엔 110세 만기 상품도 등장했다.

보험사들은 이외에도 간편심사보험(2007년), 노후실손의료보험(2014년), 유병자실손보험(2018년) 등 신상품 개발을 통해 고령층의 위험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유병력자의 실손보험 보유계약건수는 2018년 24만2000건에서 2020년 51만990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보험업계는 올해에도 이런 추세에 맞춰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사망할 때 타는 보험금을 사망 전에 주거나 병에 걸릴 시에 지급하는 식이다.

ABL생명은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아 치료비와 생활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지난 4일 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을 포기할 수 없으니 다른 혜택들을 함께 넣어 관심을 돌려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확장도 시도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6일 올해 종합식품기업인 아워홈과 전략적 협력체계(MOU)를 구축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기획 및 개발, 헬스케어 콘텐츠 등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47년에는 전체가구의 절반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고령층이 확대에 따른 관련 상품 개발 및 공급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