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해주실 분 찾습니다.” 새해부터 금융권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사업이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연말 금융 업계 종사자들이 실적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 경쟁을 하는 가운데, 타 은행 직원끼리 가입을 맞거래하는 ‘품앗이’를 하거나, 온라인에 강한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 일부 직원들은 익명으로 활동하는 카페와 SNS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망까지 총동원해 고객 유치에 나섰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등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 사업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마이데이터 API(표준 응용프로그램 개발 환경) 의무화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업계 요청 등으로 시행일은 1월 5일로 조정했다.

여의도 증권가. /조선일보DB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본격 시행하는 마이데이터시장 선점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연말 은행 등 금융권 종사자들의 실적 압박이 큰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사, 핀테크기업 등 53개사다.

새해 마이데이터 사업 정식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마다 마이데이터 연동 고객 유치를 늘리기 위해 부서 및 직원들에게 할당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고객 유치 성적이 우수한 직원에게는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일종의 인센티브를 걸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5대 시중 은행 중 한 곳에 다니는 A씨는 “일반 행원뿐 아니라 지점장, 부지점장 등을 비롯한 전 직원이 마이데이터 고객 유치에 달려든 상황”이라며 “연말 내내 가족과 지인에 가입을 부탁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은행에 다니는 직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마이데이터 가입을 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플랫폼 기반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가입해주실 분’과 ‘권유(추천) 행원에 이름을 기입해 줄 사람’을 찾는 은행 직원들의 호소 목소리가 담긴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안면이 없는 우리은행 직원이 하나은행 마이데이터 연동을 해주고, 하나은행 직원이 우리은행 마이데이터를 가입하는 식으로 연대 거래가 성사된다. 가입 시 마이데이터 연동 은행 이벤트로 제공되는 기프트콘 등 경품 외 별도로 개인적으로 소정의 금품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사례도 있다.

이달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범 운영에 들어간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동영상 광고 등 각종 홍보와 함께 다양한 경품을 건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유치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이 자동차 경품을 내세웠다가 항목을 수정하기도 했다.

마이데이터

신한은행은 내달 31일까지 자사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머니버스’에 가입하고 자산을 연결한 고객에게 구찌 지갑을 주는 등 한정판 경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내달 30일까지 ‘하나합’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고 자산을 연결한 모든 고객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제공한다.

이어 IBK기업은행은 내달 28일까지 마이데이터 계좌와 카드를 연결하면 추첨해 서울 시내 호텔 식사권, 샤넬 클래식 스몰 플랩 지갑 등 28종을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까지 이벤트를 실시해 추첨으로 아이패드 프로, 공기 청정기, 국민관광상품권, 갤럭시 버즈2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이벤트를 통해 마이데이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천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이나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적 압박에 내부에서 불만 목소리도 있으나, 금융권 전체가 한 시점에 일제히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 분위기가 조성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 경쟁력 있는 디지털 서비스를 구현해내려면 일단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보니 초기에 고객 유치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부터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업종 간의 협업과 서비스 차별화 경쟁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